英국왕 "섬김받지 않고 섬긴다"...찰스3세 시대 개막
"신이시여 국왕을 보호하소서"(God Save the King)
6일(현지시간) 오후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 70년만에 열린 대관식에서 찰스3세 국왕(사진)이 왕관을 쓰며 왕좌에 앉았다. 대관식에 초청된 전 세계 각 나라 대표 사절단은 이 모습을 숨죽여 지켜봤다. 대관식이 열린 웨스트민스터 사원 주변과 버킹엄궁 인근에 몰린 수십만 인파는 환호성을 지르며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찰스3세 국왕이 왕세자에 오른지 65년만에 왕관을 쓰고 국왕이 됐음을 만천하에 알렸다. 이번 대관식은 지난 1953년 찰스3세 어머니인 엘리자베스2세 여왕의 대관식 이후 70년 만에 열렸다.
이날 대관식엔 전 세계 200여개 국가에서 국가원수급 약 100명을 포함해 각 나라 대표 사절단이 참석했다. 우리나라에선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표로 자리했다.
찰스3세 국왕과 카밀라 왕비가 이날 행사장에 도착하자 왕실 대성당 성가대원이 찰스 국왕 부부를 환영했다. 오전 11시(한국시간 오후 7시)부터 시작된 대관식은 △대주교 승인 △서약 △도유(성유 바르기) △왕관 수여 △경의 표시 등 5개 주요 절차로 오후 1시까지 진행됐다.
영국 국교회 최고위 성직자인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의 요청으로 대관식 참석자들이 "신이시여 국왕을 보호하소서"(God Save the King)라고 외쳤다. 찰스3세를 국왕으로 받아들인단 의미였다.
캔터베리 대주교가 집전한 대관식 예식이 시작될 때 한 시동이 다가와 "폐하, 우리는 하나님 나라 자녀로서 왕중의 왕들의 이름으로 당신을 환영합니다"라고 하자 "나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그리고 그의 본보기로서 나는 섬김받지 않고 섬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서를 통해 "나 찰스는 하나님 앞에서 내가 충실한 개신교 신자임을, 개신교 신자에게 왕의 승계를 보장하는 법률의 의도에 따라, 나는 법에 따라 나의 권한을 최대한 지지하고 유지할 것을 엄숙하고 성실하게 고백하며 간증하고, 선언한다"고 했다.
찰스3세 국왕은 재위 기간 영국법과 영국교회를 수호할 것을 다짐하며 성경에 손을 얹고 입맞춤으로 즉위 서약을 했다. 그는 또 기름 부음 의식을 받았다. 해당 의식에 사용되는 기름은 성스러운 기름을 뜻하는 '성유'로 불린다.
찰스3세는 일생에 단 한 번 착용하게 되는 '성 에드워드 왕관'을 쓰고 양손엔 왕권을 상징하는 보주(寶珠·구체로 된 장식품)와 홀(笏·scepter)을 들었다. 왕관의 무게는 2.23㎏에 달하며 무려 보석 444개가 박혀 있다.
찰스3세가 왕관을 쓰자 웨스트민스터 사원에는 즉위를 축하하는 종소리가 울려퍼졌다. 에든버러 등 영국 13개 지역에 배치된 해군 함정에서는 축하하는 예포를 쏘아 올렸다.
대관식에서 그는 1911년 조지 5세를 위해 만들어진 코트인 '슈퍼 투니카'를 입고 그 위에 '로브 로열' 망토를 추가로 걸쳤다. 검대(劍帶)와 장갑도 조지 6세가 착용한 유물을 재사용했다.
이날 대관식에선 '스쿤의 돌(Stone of Scone)'이 부착된 성에드워드왕 의자(the Coronation Chair)가 사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스쿤의 돌은 원래 스코틀랜드 왕 즉위식에 사용되던 돌이다. 1296년 잉글랜드 에드워드 1세가 스코틀랜드를 정복한 후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가져왔다.
이후 700년 이상 대관식을 할 때마다 사용되다가 1996년 스코틀랜드에 반환됐다. 이번 대관식은 스코틀랜드로 반환 후 처음으로 다시 가져와서 사용하는 대관식이다.
한편 찰스3세 국왕과 카밀라 왕비는 이날 오전 10시20분(한국시간 오후 6시20분) 다이아몬드 주빌리 국영 마차(황금마차)를 타고 버킹엄궁에서 대관식이 열린 웨스트민스터 사원까지 '왕의 행렬'(the King's Parade)을 했다. 2km에 달하는 행렬엔 비가 오는 날씨에도 수십만명의 환영 인파가 몰렸다.
찰스3세 국왕 부부는 대관식이 끝나고 수많은 사람들의 환영을 받으며 다시 이 길을 따라 버킹엄궁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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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