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먼저 낸 '제3자 변제안'...당사자 문희상 입 열었다
윤석열 정부가 6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지원재단’)이 조성한 기금으로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정치권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야당이 “최악의 외교적 패착”(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이라고 비판하자, 여당은 “과거 민주당의 아이디어”(7일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라고 반박했다.
정진석 위원장이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언급한 ‘민주당의 아이디어’란 2019년 민주당 출신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추진했던 방안이다. 한ㆍ일 기업(2)과 양국 정부(2)의 기부금, 국민의 자발적 성금(α)을 모아 새로 설립하는 재단을 통해 피해자에게 배상하는 방식으로, ‘2+2+α(알파)’ 방안이라 불렸다. 정 위원장은 “제3자 대위변제 아이디어는 우리 아이디어가 아니고 민주당의 아이디어다. 그것이 마지막 해법이라는 인식에서 우리가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본인의 제안이 새삼 환기되자 문 전 의장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의 이런 상황은 예견된 사태”라며 문재인 정부 시절 강제징용 문제를 매듭짓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다만 “실질적으로 제3자 대위변제 방식밖에 배상 방법이 없다”라면서도 현 정부 안과는 크게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Q : ‘2+2+α’안도 제3자 대위변제 방식인데 현 정부안과 뭐가 다른가.
A : “핵심은 입법이다. 2018년 대법원은 일본 기업의 불법행위와 이에 따른 위자료를 인정했다. 그런데 그쪽(일본 피고기업)에서 돈을 주지 않고 있으니 실질적으로는 (한국 정부가)제3자 변제밖에 못 하는데, 이 경우 대법원 판결을 엎는 것이라 사법부와 행정부가 충돌하게 된다. 이걸 입법으로 해결하자는 게 내 취지였다. 재단의 정관만 고쳐서 정부가 돈을 내면 그건 불법이다.”
Q : 입법으로 해소가 되나.
A : “여야가 합의해서 법을 통과시키면 된다. 지금 재단 관련 법(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개정하고, 재단을 설립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면 된다. 재단이 일본에 법적 구상권은 가지되 행사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면 된다.”
Q : 야당이 반대하지 않겠나
A : “입법 절차를 야당이 반대할 거라 속단하고 안 하는 건 편법이다. 얼마 전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도 ‘이 문제는 정관만 고치는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Q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한다고 밝혔다.
A :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핵심은 과거를 직시하고 미래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방점이 미래지향에 찍혔다는 점은 같지만, 과거를 직시한다는 부분이 다르다. 지금 방식은 미래를 지향하기 위해서 과거를 얼버무리는 것이다. 정부가 정치적 이유로 너무 서두른다. 바늘을 허리에 매어선 못 쓴다.”
Q : ‘2+2+α’안을 관철하지 못한 건 결국 민주당 정부 책임 아닌가.
A : “아쉬운 대목이다. 당시 일본 조야뿐 아니라 일본 정부와도 논의했고, 양해를 받았다. 그러나 문재인 전 대통령이 끝까지 동의하지 않았다. 당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우경화 경향이 컸고, 국내에서도 반일 정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측면이 있었다.”
<저작권자 ⓒ 뉴스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