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죽이던 ‘비명계’ 결집…박지현 “이기적인 이재명 방탄에 당 위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무더기 이탈표 사태 이후 비명(비이재명)계의 결집이 가시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비명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표출되는 가운데 이들이 중심이 된 당내 모임의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6일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해 “방탄을 위해 당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며 ‘사즉생’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전 비대위원장은 “민주당이 지금 누구를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당내 비명계 대표주자인 이원욱 의원이 자리를 마련해 성사됐다. 이 의원은 “박 전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을 사랑하는 청년들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도움을 줘야겠다 해서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이 공개적으로 이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의 주최자 역할을 한 셈이다.
박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은 이 대표에게 정치 개혁과 민생을 요구했지만 이 대표는 지금 방탄을 위해 당을 위기로 몰아넣는 이기적 모습만 보여줄 뿐”이라며 “국민의 눈과 귀를 막으려는 윤석열 정부에 맞서 제대로 싸우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이 대표가 두려워해야 할 사람은 검찰이 아니라 국민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비대위원장은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당이 개혁하느냐가 중요하다. 사무총장, 전략기획위원장, 대변인 등 당직자를 전면 교체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당내 비명계 의원 모임인 ‘민주당의 길’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의 길은 7일 소속 의원들이 만찬을 하고 향후 계획을 논의하기로 했다. 민주당의 길에는 김종민, 이상민, 이원욱, 조응천, 홍영표 의원 등 이 대표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가진 의원들이 소속돼 있다.
이 모임은 매주 화요일 간담회를 진행했으나 체포동의안 표결 다음날인 지난달 28일에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판단에 예정됐던 모임을 취소했다. 7일에도 토론회를 열지 않되 만찬만 진행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친문(친문재인) 그룹이 주축이 된 ‘민주주의4.0’ 역시 조만간 모임을 갖고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당 대표 물러나겠다, 그것도 있을 수 있는 얘기”라면서도 “이 모든 게 지도부와 이재명 대표가 나름대로 책임지고 판단해야 할 문제이지 몇 사람이 당 대표 물러나라 그런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자진 사퇴가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지만 비명계가 이런 여론을 주도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날 비명계는 당 정치혁신위원회가 검토 중인 공천안에 대해서도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이상민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당 대표로 있을 때 내년 공천룰을 최대한 친명계에 유리하게 만들어 놓으려 한다는 해석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소위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그룹의 입김이 많이 쏠린다고 한다면 반대쪽, 아닌 쪽의 사람들은 가만있겠느냐. 반발할 것”이라며 “그러면 당이 걷잡을 수 없는 분란에 싸이게 되고 민주당은 더 어려운 길에 빠지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한 비명계 의원은 “체포동의안 이탈표 사태가 비명계의 총선 공천권 때문이었다는 주장은 말도 안 되는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공천받아봐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겠나. 공천이 아닌 선거를 걱정한 의원들이 움직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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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