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입에 올린 이재명… 대통령, 法거부권 만지작

검찰이 헌정사상 최초로 제1야당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튿날인 17일 야당은 국회에서 대규모 규탄대회를 열어 거세게 반발했다. 여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당당하게 수사를 받으라며 공세를 퍼부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당원, 당직자 등 3000여명이 17일 오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검사독재 규탄대회’에 참석해 손팻말과 풍선을 들고 윤석열정부를 비판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 대표는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 의혹 등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직접 맹비난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윤석열 정권의 만행은 법치의 탈을 쓴 사법사냥”이라며 “이재명이 아니라 물가부터 잡으라”고 힐난했다.

민주당은 이날 전국지역위원장·국회의원 긴급 연석회의와 3000여명이 모인 대규모 규탄대회를 연이어 열고 대여 강경 투쟁 기조를 다졌다. 이 대표는 규탄대회에서 “촛불의 강물이 정권을 끌어 내릴 만큼 국민은 강하다”면서 “그깟 5년 정권이 뭐 그리 대수라고 이렇게 겁이 없는가. 지금이 그 출발”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검찰의 구속영장 주요 내용에 대한 20쪽 분량의 반박문 형식의 설명자료도 배포했다. 자료에서 이 대표는 “진술의 방식이나 내용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명백히 형사소송법 위반이며 위헌적 처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또 민주당 의원에게 보낸 친전에서 “제 부족함으로 인한 대선 패배가 초래한 일이기에 모두 감수하고 당당히 맞서겠다”면서 “진실의 방패를 들어 거짓의 화살에 맞서 싸워달라”고 호소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에게 지난 대선 당시 공약한 ‘불체포특권 포기 공약’을 이행하라며 압박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은 이 대표가 자기 일에 관해 불체포특권 포기 공약을 지킬지 파기할지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 판단한다”며 “이 대표도 법조인이니까 본인의 억울함을 국회의 불체포특권 방탄에 숨어 해결하려 할 게 아니라 정정당당하게 법원 영장심사에 응해서 본인의 무고함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를 겨냥해 “그 짧은 시장 재직 동안 수많은 범죄행위에 연루되어 놓고도 이렇게 겁이 없는가”라며 “끝도 없이 터져 나오는 의혹에도 떳떳하다며 외쳐대는 멘탈에 국민은 겁이 난다”고 직격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일방 처리 절차를 밟고 있는 법안들에 대해 일괄적으로 거부권(재의 요구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 등이 거부권 대상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도 거부권 행사 대상으로 꼽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생법안이 한 정치 세력이나 정당에 의해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된다면 아마 많은 국민이 실망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정국은 더욱 얼어붙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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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