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체포동의안 어떻게? 민주당 내 커지는 당론 채택 무용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구속영장이 청구돼 이르면 이달 말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민주당 내부에서 표결에 관한 당론 결정 무용론이 커지고 있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일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소식이 알려진 후 이날까지 국회에서 체포동의안 표결시 당론으로 대응할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전일 오후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론으로 체포동의안을 부결할지 등) 논의는 전혀 안됐다"며 "다음주 중 의원총회(의총)가 열릴텐데 의총에서 의원들이 (각자 가진 의견들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하지 않겠나 싶다"고 밝혔다.
당론으로 결정된다는 것은 문제에 관해 당 내 의견수렴을 거쳐 한 가지 안이 결정되면 그 뜻을 당 내 모든 의원들이 따른다는 뜻이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을 당론으로 결정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첫번째 이유는 표결이 무기명, 즉 비밀투표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당론에 반대한 표를 행사했다 한들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민주당 내 한 의원은 "무기명 비밀투표인데 당론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며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 각자 양심에 맡길 일"이라고 일축했다.
굳이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아도 이미 당내 체포동의안 부결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구속 수사까지는 필요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내 지도부는 이번 구속영장 청구를 '야당탄압'이라고 규정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지역위원장·국회의원 긴급 연석회의에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헌정사상 유례없는 검사 독재정권의 폭거이자 민주공화국의 민주와 법치에 대한 사망선거"라며 "정적을 제거하고 야당을 무력화하겠다는 전형적 공포정치"라고 밝혔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최근 당내 분위기에 대해 "노웅래 의원이나 이학영 의원 등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가 이뤄지는 것을 보고 '해도 너무한다'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검찰이 너무 무리하고 있구나. 본인들도 약간 약점이 있으니까 이제는 총장까지 나서서 언론플레이를 하는구나(라고 생각한다)"며 당론으로 부결을 정할지를 묻는 질문에는 "당론으로 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우 의원은 "제가 보는 당내 민심은 이미 부결이 확정됐다"며 "(이탈표가) 이번에는 (거의) 안나온다고 본다. 다양한 대화를 나눠봤기 때문에 다 부결표를 던질 거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여권에서 야권의 움직임을 두고 '이재명 방탄'이란 지적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섣부른 당론 채택이 오히려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나와 민주당이 그동안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주장해 왔던 점을 들어 "잘못하면 내로남불이 된다"며 "강제 당론은 헌법과 국회법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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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