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檢소환에, 민주당 ‘검수완박 시즌2’?
더불어민주당이 강력한 검찰 개혁 의지를 천명했다. 윤석열 정부의 검찰이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야당 탄압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주장에서다. 민주당은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이 같은 주장에 국민의힘은 노골적인 '이재명 지키기'라며 반발하는 모습이다. 이 대표 수사를 고리로 여야 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갈등이 재현되는 분위기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31일 이재명 대표가 검찰의 추가 소환조사에 응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이 대표가 응하겠다고 한 만큼 검찰은 더는 시간 끌기와 망신 주기 같은 얕은 술수를 부리지 말고 세 번째 소환을 마지막으로 하는 것이 국민 상식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석열 사단'의 충성스러운 정치검사들은 헌정사에 없는 제1야당 대표 두 번 소환도 모자라 또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추가 소환 요구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물증도 없이 신빙성 없는 진술만으로 이 대표를 계속 소환하는 것은 누가 봐도 야당 지도자에게 모욕을 주고 민주당에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워 내부를 갈라치기 하려는 의도"라며 "검찰독재정권 오욕의 역사는 생생히 기록될 것이고 그 대가도 반드시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원내대표는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작년 7월 사개특위를 구성했지만, 여당은 고의로 검찰 정상화 입법을 지연시켜 정치검사들이 야당과 전 정부 탄압에 몰두할 시간을 벌어줬다"며 "따라서 지금 자행되는 야당 탄압 공작은 총선 승리를 노리는 여당과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정치검사의 합작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 개혁의 필요성은 공정성을 잃고 정권의 정치적 도구를 자처하는 정치검사들이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검찰권 사유화를 봉쇄하고 국민께 약속한 권력기관 개혁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를 비판하고 검찰 개혁 의지까지 드러내자, 국민의힘이 반발했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는 정치와 무관한 '비리 수사'에 불과하단 주장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대표가 검찰 소환을 '대선 패배 대가'라고 주장한 데 대해 "검찰 수사를 대하는 이 대표와 민주당의 태도가 너무 이해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이어 "대선에 패배해서 이런 일이 생긴 게 아니고 성남시장을 할 때 본인이 저지른 것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 문제 제기가 돼서 관계자들이 모두 구속된 사건인데 어떻게 수사를 안 받을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검찰 수사가 아닌 이 대표의 조사 태도를 문제 삼았다. 그는 "사건이 한두 건이 아니고 한 건만 해도 여러 차례 조사를 받아야 하는데 딱 두 번 나가고 나서 더 못 나가겠다고 하다가, '이제 마지막이다. 대선에 져서 내가 핍박받는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 국민이 바보가 아니지 않나"라며 "그러면 이 대표에 대해선 이 사건을 조사조차 하지 않고 뭉개야 하나"라고 되물었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검찰 개혁과 더불어 장외 투쟁에 나서기로 한 데 대해서도 "저는 민주화 운동을 위해 한다든지 국가 정체성이 흔들리는 일을 막기 위해 장외투쟁을 하는 경우는 봤어도 개인 비리를 수사하지 말라고 장외투쟁하는 건 처음 본다"고 꼬집었다.
한편, 민주당이 띄운 검찰 개혁 논의는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5월 검찰 수사권 조정을 골자로 하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했다. 그러나 법무부와 검찰이 해당 개정안을 두고 지난해 6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가 검수완박법에 위헌이나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릴 경우 검수완박법은 사실상 동력을 잃게 된다. 반면 합헌 결정이 나올 경우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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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