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화동인 1호 주인은?” 질문에 침묵… 김만배, 전략적 선택인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는 석방 직후 지난 25일 서울중앙지법 대장동 공판에 출석·퇴장하면서 “천화동인 1호는 누구의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할 때는 같은 질문에 “그건 바로 저입니다”라고 했었다. 김씨가 대장동 개발사업 배당지분 30%를 보유한 천화동인 1호를 다른 이의 몫으로 배정했는지, 그리고 그게 누구인지는 결국 대장동 사태의 ‘몸통’과 더불어 해소되지 않는 의문이었다. 종전 검찰 수사가 지목한 몸통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었다.
김씨의 침묵에는 폭로만큼이나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이 몇몇의 진술뿐만이 아닌 객관적 자료로 이 대표 측 차명 지분을 특정했다고 말하는 상황에서 김씨의 침묵은 일단 전략적인 진술 거부처럼 추측되기도 한다. 김씨에게 가장 중요한 쟁점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화천대유로부터 배당금 4000억원을 빼앗아갈 권리가 생기느냐”의 문제로 귀결되는 대장동 개발사업 배임 인정 여부라는 얘기다. 김씨는 성남도개공이 제시한 공모지침 내용대로 사업에 참여했을 뿐이라며 유 전 본부장과의 배임 공모 혐의를 부인했었다.
법적 잣대로만 냉정히 보면 개발이익을 범죄수익으로 보기 곤란하다는 김씨에게, 폭로 동참은 일단 큰 실익이 안되는 선택일 수 있다. 검찰은 선거자금·유흥비 등 다양한 명목으로 조사된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의 뒷돈을 인허가 특혜에 대한 보답으로 규정했고, ‘윗선 배임’ 의혹 수사의 동력으로도 삼고 있다. 특수통들은 배임과 뇌물을 서로를 입증하는 ‘동전의 양면’이라 설명한다.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부정한 청탁과 함께 오간 뒷돈은 성남시에 손해를 끼쳤다고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추정자료”라고 말했다.
김씨 측은 다른 대장동 일당의 작심 발언들이 쏟아진 이후에도 진술에 변함이 없다는 태도였다. ‘정영학 녹취록’ 속 뇌물 약속은 경비 부담을 줄이려는 과장된 발언이었고, 심지어는 정영학 회계사의 녹음을 눈치채서 일부러 허위 사실을 말했다는 주장도 했다. 김씨 측은 검찰 수사 초기에는 주범이 정 회계사이며 김씨는 ‘바지사장’일 뿐이라고 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대장동 공판에서 의혹을 더 키우지 않고 “이 대표의 지분은 듣지 못했다”는 식으로 증언하는 이는 정 회계사뿐이다.
김씨가 그의 주변인들이 전해 들었다고 말하는 모든 상황을 허위로 설명하긴 어려워졌다는 말도 나온다. 검찰 수사 내용 중에는 김씨가 2014년 성남시장 재선 때 대순진리회 선감들을 만나며 이 대표의 선거를 도왔다는 정황 등 제삼자가 아는 정황들도 있다. 많은 이들이 그가 입을 열 다음 대장동 공판 반대신문을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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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