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文, 김일성주의자는 아니겠지만 종북 여부는 본인이 알 것”
“나는 처음엔 탈북 반대, 아내와 2년간 다퉜다”
“동북아시아에서 한국만큼 정치가 공개된 나라 없어”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사진)이 자신의 탈북과정과 관련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태영호 의원은 8일 공개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탈북을 먼저 제안한 것은 아내였다며 “북한에서는 외교관으로 나가게 되면 자식 1명을 평양에 반드시 둬야 한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가 생겨서 큰아이가 영국으로 오게 됐다. 그때가 탈북 2년여 전인데, 아내는 ‘이 기적을 우리가 이용하지 못하고 북한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먼 훗날 아이들이 부모를 원망할 수 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태영호 의원은 “(탈북을 결정하기까지) 2년 6개월 정도가 걸렸다. 집안에서 계속 다퉜다. 아내는 아이들 장래를 생각해서 떠나자고 주장했다. 나는 반대했다. 북한에 있는 형제들, 보증을 서서 나를 영국에 보내준 (외무성) 선배들이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이라며 “북한 체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놓고 집안에서 토론하면서 서서히 생각이 변했다”고 했다.
이어 “(탈북 당시) 부모님은 이미 돌아가신 상태였다. 장모님은 살아 계셨다. 누님과 남동생, 처남들도 있었다”며 “그분들이 어떻게 됐는지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그때뿐 아니라 지금도 마음에 가장 걸린다”고 했다.
자녀들은 한국에 잘 적응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큰아이는 한국에서 대학 졸업하고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 작은 아이는 대학 재학 중이다”라며 “두 아이는 한국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북한에서 온 아이들일까 싶을 정도로 완전히 한국화됐다”고 했다.
북한 주민들은 6·25 전쟁이 남침으로 시작됐다는 것을 모르느냐는 질문에는 “나는 6·25전쟁이 남침이라는 것을 덴마크에서 외교관으로 일할 때 여러 책을 보고 알았다. 북한 주민들 대부분은 북침으로 알고 있다”며 “북한 사람들이 외국에 나와서 ‘이게 사실일까’ 하고 느끼는 것이 6·25전쟁을 김일성이 일으켰다는 점이다. 이 부분에서 충격을 받는다”고 했다.
대북문제와 관련해서는 “김정은 체제가 존재하는 한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 남한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하자고 하는데, 불가능하다”며 “두 가지 트랙으로 가야 한다. 하나는 핵무장을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북한 체제가 무너질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정보를 유입시키고 교류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자신의 제안이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정책과 같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북한과 대화와 교류를 하면서 음지에서의 활동도 해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는 북한에 정보를 유입시키는 국정원의 모든 예산을 없애버렸다”며 “이는 김정은 정권과 대화해서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내부 변화를 통한 붕괴가 아니고 지도자 간 대화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불가능한 일이다”라고 했다.
남한의 정치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한국의 정치가 실종됐고 양극화됐다고 지적한다. 자유로운 토론이나 경쟁 선거 시스템에서 살지 않았던 나로서는 남한에서 보수와 진보가 치열하게 다투고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반대로 생각한다”며 “이런 모습에서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고 본다. 동북아시아에서 대한민국만큼 정치가 공개되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나라는 없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일성주의자라는 보수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우 대의민주주의를 믿는 정치인이라면 김일성주의자라고 볼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분이 종북주의자인지 여부는 본인이 가장 잘 알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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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