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략폭격기, 한반도 전격 전개…北, 탄도미사일 4발로 반발
북한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한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이 5일 미국 전략폭격기 B-1B '랜서'의 전개와 함께 종료됐다.
미국 전략자산으로 꼽히는 B-1B가 한반도로 날아와 합류하면서 도발 수위를 높여가는 북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동시에 미측의 확장억제 공약 이행 의지를 과시했다.
북한은 애초 4일까지였다가 하루 연장된 이번 훈련 기간에 구형 미사일을 포함해 최소 30발 이상 미사일을 쏘아댔고, 한미에 위협적이지는 않아도 무력 시위 성격이 짙은 군용기 집단 비행도 감행했다.
군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시작한 비질런트 스톰에는 우리 공군 F-35A, F-15K, KF-16 전투기, KC-330 공중급유기 등 140여 대와 미군 F-35B 전투기, EA-18 전자전기, U-2 고공정찰기, KC-135 공중급유기 등 100여 대를 포함해 총 240여 대가 나섰다.
지난달 중순 태평양 괌에 배치됐다가 이날 오후 날아온 B-1B 2대는 한반도 상공에서 한국 F-35A 4대, 미국 F-16 4대와 함께 연합훈련을 시행했다고 합참이 밝혔다.
합참은 B-1B의 한반도 전개와 비행이 2017년 12월 이후 처음이라며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한미 연합방위 능력과 태세, 미국의 강력한 확장억제 공약 이행 의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B-1B 전개가 가시화되던 이날 오전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4발을 쏘면서 다시금 반발했다. 오전 11시 32분께부터 11시 59분께까지 평북 동림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발사된 4발은 비행거리 약 130㎞, 고도 20㎞, 속도 마하 5로 탐지됐다.
북한이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연속 대형 도발에 나선 이후인 2017년 12월 B-1B 포함 한미 군용기 260여대의 훈련 이후 약 5년 만에 열린 이번 대규모 공중훈련에 북한은 미사일, 군용기, 담화 등으로 격하게 반발했다.
북한은 훈련 사흘째였던 지난 2일 하루에만 오전 6시 51분께부터 오후 5시 10분께까지 4차례에 걸쳐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과 지대공 미사일 등 약 25발을 발사했다.
이 가운데 오전 8시 51분께 강원 원산에서 발사된 1발은 분단 이후 처음으로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공해상에 떨어졌고 미사일 진행 방향에 있던 울릉도에 공습경보가 내려지기도 했다.
이튿날인 3일에는 ICBM 1발 발사로 포문을 열었다. 최고 속도가 마하 15(음속 15배)에 그치고 고도가 1천920㎞까지만 오르는 등 실패로 분류됐으나 2단 분리까지는 이뤄진 것으로 탐지돼 일부 기술적 진전을 보였다.
ICBM 발사 후 SRBM 2발도 쏜 북한은 한미가 3일 오후 비질런트 스톰 기간 연장을 발표하자 말과 행동이 더욱 거칠어졌다.
북한 군사정책을 총괄하는 박정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매우 위험하고 잘못된 선택", "연합군의 도발적 군사 행위",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실수"라고 비난하는 담화가 발표됐다.
담화 직후 북한은 SRBM 3발을 발사하며 비질런트 스톰 기간 연장에 대한 반발을 행동으로 보였다.
다만 이 3발은 스커드-C로 추정되는 액체연료 계통의 구형 미사일로 알려져 북한의 신형 미사일 재고가 부족해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낳았다.
북한은 3일 심야에 강원 금강군 일대에서 9·19 합의를 어기는 포병사격 80여 발을 가한 데 이어 4일 오전 11시께부터 약 4시간에 걸쳐 군용기 항적 약 180개를 노출하며 시위성 비행에 나섰다.
북한은 6·25전쟁 때 쓰이던 항공기를 아직도 운영하는 수준이라 F-35A와 F-35B 등 최신 스텔스 전투기와 월등한 무장량을 자랑하는 F-15K 전투기 몇 대만 떠 있으면 상대가 되기 어렵다.
명확한 열세에도 북한은 항공기 항적을 노출해 가며 한미의 공중훈련과 외형이나마 비슷한 모습을 연출했다.
북한은 비질런트 스톰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수뇌부를 직접 겨냥하는 실전적 훈련인 점에 극도로 반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질런트 스톰은 평양 중심부가 포함된 북한 핵심 표적 수백 개를 단번에 타격할 수 있도록 전투기 각각에 임무를 부여하는 공중임무명령서(Pre-ATO)를 적용해 표적 탐지와 공중 침투를 연습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비질런트 스톰의 마무리를 장식한 B-1B는 저공 고속 침투 목적으로 개발돼 최고 속도 마하 1.25(음속 1.25배)로 비행하며 1만2천㎞에 달하는 최대 항속거리를 자랑한다.
폭장량은 56.7t에 달해 미국 B-52, B-2는 물론 45t의 러시아 Tu-160 등 여타 주요 폭격기보다 월등히 많다. 2천파운드급 Mk-84 폭탄 24발, 500파운드급 Mk-82 폭탄 84발, 2천파운드급 GBU-31 유도폭탄 24발 등 재래식 무장을 운용한다.
압도적인 항속거리와 무장량을 바탕으로 이라크 등 전장에서 근접항공지원에 나서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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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