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수사망 좁혀오자 文카드 꺼냈나..野의도 의심하는 용산
“언론에 먼저 공개한 것도, 정쟁을 키운 것도 모두 민주당이다.”
3일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감사원이 서해 피살 공무원 감사와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요청한 서면조사를 ‘정치 탄압’이라고 규정한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을 이렇게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감사원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분”이라며 “대통령실도 언론을 보고서야 조사 요청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감사원의 ‘사전교감설’을 부인한 것이다. 이처럼 야당이 문 전 대통령을 정국의 중심으로 끌어들여 ‘의도된 정쟁’을 만들고 있다는 게 대통령실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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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前대통령에 요청 전례, 실체적 진실 밝혀야”
감사원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감사 과정에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려 전직 대통령에 대한 감사원장 명의의 질문서를 발부해왔다”며 “지난달 28일 문 전 대통령 측에 전화로 방문해 질문지를 전달할 의사를 전했으나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또한 과거 노태우·김영삼(YS)·이명박(MB)·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감사 관련 질문지를 전달했고, 노 전 대통령과 YS로부터 답변을 받아 감사결과에 활용한 사실(MB, 박 전 대통령은 답변 거부)도 밝혔다.
전례와 필요에 따라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서면 조사를 요청했을뿐 야당의 주장처럼 ‘정치적 의도’는 없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반박한 것이다. 감사원 안팎에선 “감사 과정에서 문 전 대통령 관련 진술이 나와 조사를 요청할 수 밖에 없었을 것 것”이란 반응도 나왔다. 감사원은 14일 관련 조사를 마칠 예정인데, “중대한 위법이 확인된 사람들에 대해선 수사를 요청하고 그 사안을 간략히 국민들께 알려드릴 계획”이라며 중간 감사 결과 발표도 예고했다.
與, 文전 대통령에 공세 퍼부어
이날 대통령실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여당은 문 전 대통령의 조사 거부에 대한 전방위적인 공세를 퍼부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을 지내신 분이니까 겸허한 마음으로 대응을 해 주시는 게 더 낫지 않겠느냐”고 밝힌 것은 얌전한 축에 속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전 원대표는 전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유신 공포정치를 연상된다”고 한 발언을 거론하며 “조사를 앞두고 공포를 느끼고 있다는 자기 고백이다. 문 전 대통령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지만 좋게 포장하면 동병상련이고 솔직히 말하면 공범의 의리”라고 날을 세웠다. 차기 당권 주자로 분류되는 김기현 의원도 “불쾌해서 서면조사도 받지 못하겠다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비상식적인 행동은 오히려 사건을 은폐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만 더 키울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정부에서 감사원장을 맡았던 최재형 의원은 “모든 국정에 대해 책임의 정점에 있었던 문 전 대통령이 감사원의 서면조사조차 거부하는 것이야말로 유가족과 국민에 대한 대단히 무례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여권은 이재명 대표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망이 좁혀오는 가운데, 야당이 문재인 전 대통령 이슈를 정국 한복판에 터트린 것이야 말로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의심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친명과 친문이 갑자기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야당이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노리고 선제적으로 이슈를 터트린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李수사 좁혀오자 文카드 꺼냈나
대통령실 일각에선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의 ‘불도저 스타일’에 불만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야당과의 전선이 문 전 대통령으로까지 확대되는 건 아무래도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반면 이번 이슈가 윤 대통령을 수렁에 빠뜨렸던 ‘비속어 논란’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읽힌다. 공수 전환을 이끄는 호재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 대한 적폐청산을 요구하는 지지층의 불만이 상당하다”며 “야당의 지지층이 결집하면 우리 지지자들도 결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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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정치 탄압주장 2차 가해, 文고발할 것”
한편 감사원 조사 요청에 대해 문 전 대통령이 불쾌감을 표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피살 공무원의 부인 권영미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소환조사를 요구한 것도 아니고 질문지를 보낸 것인데, 그게 왜 무례한 짓이냐, 왜 그게 정치보복이냐, 문재인 전 대통령 국민과 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이어 “정치보복이란 주장은 유가족에 대한 명예훼손이자 2차 가해”라며 “문 전 대통령이 조사를 받지 않을 경우 검찰 고발을 통해 조사를 받게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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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