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김건희 특검법'에 "국정 발목잡지 말라"..尹의 거센 응수
대정부질문과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야 간 주도권 쟁탈전이 격화되는 가운데, 대통령실이 14일 “국정 발목잡기”란 강도 높은 단어를 사용하며 야당을 비판하고 나섰다. 계기는 채택이 불발된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와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였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야당의 ‘김건희 특검법’ 등 강도 높은 공세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응수’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이 후보자와 한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했다. 재송부 기한은 열흘 내에서 임의로 정할 수 있는데 단 이틀의 여유를 둔 15일로 잡았다. 내일까지 야당의 답이 없으면 18일 해외순방 전 임명을 강행할 것이란 의사를 드러낸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공개브리핑에서 “인사청문회를 마치고도 민주당의 반대로 경과보고서 채택이 이뤄지지 않은 건 이번이 10번째”라며 “부적격 사유가 없다면 채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데, 법정시한까지 어기며 거부하는 건 무분별한 국정 발목 잡기로 비칠 우려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부대변인은 이어 “정부 인선에 전혀 협조해주지 않으면서 인선이 늦어진다고 비판하는 건 민주당이 스스로를 향해 셀프 비판을 하는 것”이라며 “민생과 경제 상황이 위중한 때 소모적 논쟁으로 국민께 누를 끼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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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野발목잡기” 거센 비판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공직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인사청문회를 마치고 경과보고서를 채택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에선 총 11명의 인사청문회 대상자가 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됐다. 이중 후반기 원 구성이 지연되며 청문회 없이 임명된 박순애 전 교육부 장관과 김창기 국세청장, 김승겸 합참의장, 김주현 금융위원장을 제외하고, 현재 청문회를 마친 상태인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와 이·한 후보자 3명을 더하면 이 부대변인이 말한 10명이 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후보자의 경우 “살아있는 권력에 충성을 다하는 권력의 시녀밖에 하지 못할 것”이란 논평을 내며 자진 사퇴를 촉구했고, 한 후보자는 자질을 거론하며 경과보고서 채택을 거부했다. 임명을 위해선 국회 본회의 투표 문턱을 넘어야 하는 오 후보자의 경과보고서 채택은 여야 간 협의로 연기된 상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순방 전 임명 강행 가능성에 대해 “재송부 기한이 끝나면 저희가 판단할 부분이 있을 테니 미리 말을 하진 않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두며 “여야가 의지만 있으면 내일까지 충분히 보고서를 채택할 수 있다는 점을 거듭 말씀드린다”고 촉구했다.
대통령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수차례 제안한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단에 “정치권의 여야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가 돼야 만날 수 있다”고 했고, 막 취임한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국회로 인사를 간 이진복 정무수석도 관련 질문에 “과거 여당의 총재가 대통령이었을 때는 일리가 있지만, 지금은 대통령과 당 대표의 만남 쪽으로 가야 한다”며 “우리 비대위가 만들어지고 정의당도 비대위가 정리되고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다녀오고 나서 각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만나는 것도 한번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를 다른 당 대표들과 함께 만날지언정 1대 1회담은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이진복 수석 “여사님 수사 할만큼 했다”
이 수석은 야당 내에서 ‘김건희 특검법’과 ‘이재명 특검법’을 동시에 처리하는 쌍특검이 거론되는 상황에 대해선 “우리 여사님”이란 표현을 쓰며 “지난 정부에서 2년 동안 할 만큼 했지 않나. 뭐가 또 나온다고”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국민의힘 내홍에 대해선 “윤석열 대통령도 국정운영의 한 파트너인 당이 빨리 안정돼 국민의 기대를 충족하는 모양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19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를 두고선 “그건 당에서 의원총회를 통해 의견을 모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대통령실에서 관여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거리를 뒀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민주당에서 사실상 모든 인사청문회 후보자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고, 대통령실과 여당도 이들을 설득할 노력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며 “향후 정기국회에선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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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