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사무부총장의 두 얼굴.."공천권 이용해 불법행위 강요"
"구의원 출마예정자들 수족처럼 부려"
정당사무소로 썼는데.."임대료 돌려내"
"미등록 선거운동원 꾸리도록 지시"
검찰, 이날 중 기소 여부 결정
3·9 재·보궐선거에서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고발된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공천을 빌미로 지역구 출마예정자를 압박해 여러 불법행위를 강요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8일 복수의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서초구 갑 지역위원장이던 이씨는 자신이 쥔 공천권을 이용해 당시 지역구 사무국장인 A씨 등 구의원 출마예정자들을 수족처럼 부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를 통해 6·13 지방선거에서 구의원 당선 가능성이 높은 ‘가번’ 공천을 받고자 했던 A씨는 이씨의 말을 거스를 수 없던 위치였다고 한다.
이씨는 올해 초 지역위원장으로서 이재명 당시 후보의 대선과 자신의 보궐선거 당선을 동시에 챙기느라 바쁜 상황이었다. 민주당 서울시당에서는 서초구 내에 대선캠프 정당사무소를 꾸리도록 이씨에게 2000여만원을 내려 보냈고, 이씨는 당시 회계책임자를 맡았던 A씨에게 적임지를 구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이후 A씨가 900만원을 들여 계약한 내방역 인근 사무실이 3개월간 정당사무소로 쓰여 졌다. 하지만 정당사무소를 계약한 시점부터 이씨는 돌연 A씨에게 900만원을 다시 토해낼 것을 강권했다고 한다. 자신은 그런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정당사무소로 활용됐기에 돈을 돌려줄 경우 불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A씨는 이러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 무렵 지역에서는 이씨의 지시를 받은 A씨가 지인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 형태의 미등록 선거운동원 7명을 120만원씩 주고 모집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공직선거법상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선거운동원 외에는 수당·실비 등을 제공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누구든지 선거운동과 관련해 금품이나 음식물을 제공할 수 없기 때문에 이는 불법에 해당한다. 이들은 이씨의 국회의원 당선을 위한 전화 선거운동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았던 A씨는 이씨가 지시한 선거운동원 모집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이 운영하는 회삿돈까지 뺐다”며 “자신의 공천도 걸려있는 만큼 이씨의 지시에 응하지 않을 순 없던 상황에서 주변에 금전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앞서 정당사무소 임대료 900만원을 돌려달라는 독촉이 이어지자 A씨는 자신이 댄 선거운동원 비용으로 임대료를 갈음할 수 있도록 이씨를 설득하도록 주변 측근들에게 요청했다고 다수의 관계자는 전했다. 이씨는 또 A씨에게 자신과 나눈 문자내역을 모두 지우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이와 관련 이씨 측 변호인은 “자원봉사자에게 돈을 지급한건 회계책임자가 보고 없이 스스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나머지 내용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이들의 메신저 내용을 토대로 불법 선거운동과 관련한 정황을 파악하고, 이씨와 A씨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이상현 부장검사)는 지난 2일 이씨를, 지난달엔 A씨를 각각 불러 조사를 마쳤다. 해당 사건의 공소시효가 오는 9일 만료되는 만큼, 검찰은 이르면 이날 두 사람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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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