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도, 팬도 많다..부상한 '한동훈 신드롬'
각종 논란에 침묵 대신 '직언'으로 정면돌파..팬덤 키운 기폭제 돼
수사‧인사 두고 '내로남불' 논란 발화하면 '제2 조국사태' 직면할 수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이름이 연일 뉴스 1면을 장식하고 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국면에서 검찰 인사권을 손에 쥔 한 장관의 존재감이 커진 가운데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뜨겁다. 한 장관의 취임식 영상 조회수는 일찌감치 100만 회를 넘어섰다. 정치권에선 '한동훈 신드롬'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검사 출신으로 대중과 별다른 접점도 없던 한 장관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장관 직전 67대, 68대 법무부 장관이었던 추미애 전 장관과 박범계 전 장관의 경우 이미 이름을 알린 중진 국회의원이었다. 그러나 검사나 판사 출신의 역대 법무부 장관 중 인지도가 높았던 이들은 많지 않다. 법조인의 경우 대중을 만날 기회가 적은 탓이다. 법조인 출신 법무부 장관이 뉴스에 등장하는 경우는 청문회 과정에서 '논란'에 휩싸일 때뿐이었다.
반면 한 장관은 임명 전부터 유명했다. 굵직한 수사를 전면에서 이끌면서다. 2003년 SK그룹의 최태원 회장 구속, 2005년 현대자동차그룹의 정몽구 회장 구속, 2017년 삼성그룹의 이재용 회장 구속을 이끌어내며 '재벌 저격수'라는 별칭도 얻었다. 그러나 최근 국민에게 이름을 알린 건 '좋은 계기'가 아니었다. 이른바 '조국 수사'로 시작해 '검언유착', '독직폭행' 논란 등에 잇따라 이름을 올리면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한 장관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은 법원 판결을 통해 조금씩 뒤집히기 시작했다. '검언유착' 의혹은 2021년 7월16일 서울중앙지법 1심에서 관련된 채널A 이아무개 전 기자가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한 꺼풀 벗었다. 검찰 역시 한 장관 의혹의 실마리를 풀지 못한 채 지난 6일 최종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무리한 기소라는 비판을 받았던 '조국 수사'의 경우, 2022년 1월27일에는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징역형이 확정됐다. 당시 한 장관은 "정의·상식에 맞는 결과"라는 짧은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에선 한 장관의 언변이 그의 인지도를 키운 기폭제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상 공무원이나 장관 후보자의 경우 언론 앞에서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 그러나 한 장관은 다르다. '막말'은 뱉지 않지만 발언이 '독설'에 가깝다. 일례로 본인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유씨나 지금의 권력자들은 마치 무슨 짓을 해도 자기들은 수사하면 안 되는 초헌법적인 특권 계급인 양 행동했다"고 비꼬았다.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검수완박' 법안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지난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 모두 발언을 통해 "('검수완박'으로) 부패한 정치인과 공직자의 처벌을 어렵게 하고, 그 과정에서 국민이 보게 될 피해는 너무나 명확하다"고 주장했다. 장관에 임명된 17일에는 취임사를 통해 "제대로 일하는 검찰을 두려워할 사람은 오직 범죄자뿐"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힘 빼기'에 들어간 민주당을 직격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에 '검수완박'을 우려하고 '조국 사태'를 비판했던 보수‧중도 유권자들 사이 한 장관에 대한 인기가 치솟는 모습이다. 실제 유튜브에 게재된 한 장관 청문회와 취임식 등 그와 관련된 영상 조회수가 급증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4월21일 시사저널TV에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한 장관을 평론한 영상은 18일 기준 조회수 100만 회를 넘겼다. 댓글은 2000개 이상이 달렸다.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아닌 장관이 대중의 관심을 받는 건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한동훈 신드롬'이라 규정한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한동훈 장관 취임식 유튜브 누적 조회수가 100만이 넘었다"며 "우리가 언제 장관 취임식을 뉴스로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라며 놀라워했다. 윤 실장은 한 장관 인기의 이유로 '신언서판'을 들었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은 용모, 언변, 문필, 판단력 등의 인재 등용 기준을 의미한다. 윤 실장은 "여야가 한동훈이라는 사람을 중심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데 현 시점에선 중간층의 반응이 좋은 쪽"이라며 "외모나 언변, 자기 업무에 대한 전문성, 깔끔함 그런 부분에 대해 말로만 듣던 한동훈인데 직접 보니 뛰어나네(하는 평가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한 장관에 대한 '안티 여론'도 만만치 않다. 국민의힘이 한 장관의 강점이라 밝힌 '소신'을 민주당 측과 그 지지층이 '독선'으로 해석하면서다. 실제 민주당은 한 장관을 협치를 방해하는 '주적'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는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한 장관이 '검수완박'을 저지하고 되레 '검찰공화국'을 만드는 선봉에 설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실제 한 장관은 취임 이튿날 단행한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통해 이른바 '친윤(親尹) 검사'를 대거 요직에 앉혔다. 고검장급부터 법무부 주요 간부들까지 상당수가 윤 대통령이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있을 때 함께 근무했거나 참모로 데리고 있던 이들이다. 이에 민주당 측은 18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한 장관은) 측근 검사들로 자신의 호위무사대라도 만들겠다는 것이냐. 끝끝내 검찰공화국을 만들겠다는 것이냐"고 맹비난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안티와 팬덤 두 가지를 모두 지닌 한 장관의 정치권 데뷔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다만 본인이 정치권에 가했던 '공정'에 대한 비판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지난 청문회에서 제기됐던 자녀의 '스펙 부풀리기' 논란과 로펌 변호사인 부인과의 '이해충돌' 논란, 검찰의 정치개입 논란 등이 언제든 재발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럴 경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처럼 '내로남불' 논란에 휩싸이며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한 장관 인기가 올라간 것은 민주당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청문회에서 한 장관에 대한 '네거티브'가 제대로 먹히지 않다 보니, 민주당 의원들은 망신을 당하고 한 장관은 돋보이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다만 정권이 교체되며 '검찰 순혈주의'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한 장관이 검찰인사를 비롯해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본인이 비판했던) 보복성 인사나 수사 등이 나온다면 대중의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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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