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어찌하오리까".. 윤석열 정부, 바이든 방한 앞두고 '中 딜레마'
박진-왕이 중국 외교장관 첫 화상통화
'실무 현안' 강조.. 中 역할 시사했지만
한미 밀착 두고 한중관계 긴장감 고조
윤석열 정부가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중국 딜레마’에 직면했다. 한미동맹 강화 차원에서 미국이 짜는 대중 포위망에 적극 참여하자니 여러 외교 현안에서 중국의 역할이 눈에 밟힌다. 정부는 ‘정면돌파’를 선언했지만, 중국이 거세게 반발할 게 뻔하다. 북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등 돌출 변수가 불거져 협력 고리가 없지 않으나 험로는 여럿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17일 전날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화상통화가 “양측의 공감대에 따라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두 장관은 한 시간 넘게 상견례를 겸해 양국관계와 한반도 문제 전반을 놓고 의견을 주고받았다. 통상 외교장관 취임 후 카운터파트와의 첫 통화는 상대국이 먼저 요청해 이뤄지는데, 외교부는 즉답은 피한 채 “양국 모두 실무 현안이 많았다”는 점만 강조했다. 다른 당국자도 “상당히 많은 얘기를 광범위하게 나눴다”고 설명했다.
외교부가 형식적 상견례보다 실무 논의를 강조한 것은 윤 정부도 경제, 통상, 한반도 이슈 등 주요 외교 현안에서 중국의 비중을 의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한미정상회담에서 중국 견제 방안이 의제에 포함된 만큼, 사전에 서로의 생각을 교환할 필요성을 느꼈을 수 있다. 신종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는 바이든 대통령 방한에 앞서 중국에 협조를, 중국은 자신들의 원하는 것을 요청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박 장관은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가 표방하는 ‘가치외교’의 중요성을 설파하며 “양국이 공동 이익을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가치외교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발생할지 모를 갈등에 대해 중국 측에 양해를 구한 것으로 읽힌다. 두 장관은 △고위급 소통 △문화교류 확대 △대북 인도적 지원 필요성 등 일부 사안에 의견 일치를 보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 쟁점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왕 부장은 “디커플링(탈동조화) 반대” “신(新)냉전 위험 방지” 등 단정적 표현을 써가며 ‘포괄적 한미동맹’ 확대에 노골적 경계심을 드러냈다. 북한 핵ㆍ미사일 위협과 관련해서도 박 장관은 “추가 도발 자제를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한 반면, 왕 부장은 “한반도는 전체적으로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며 기존의 원론적 입장을 유지했다. 중국 외교부는 “(박 장관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반면 우리 외교부 설명에는 관련 내용이 전혀 없었다.
외교가에선 북한 코로나19 방역 협력과 21일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담길 메시지, 두 가지를 향후 한중관계의 중대 분수령으로 꼽는다. 가령 지난해 5월 한미정상회담 때 들어간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 중요성’ 등의 문구가 얼마나 발전되느냐가 중국의 태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일이 주창하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ㆍ태평양 지역’ 개념에 ‘포용적’ 단어를 추가했던 지난해 정상회담 문구가 유지될지도 관심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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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