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의 붕괴 "하루 사망자 최대 1200명 예상..이런데도 독감 수준?"

"과학 포기한 정치방역 때문" 쓴소리⋯스텔스 오미크론 출현에 "정점 아직 멀었다"

코로나19 유행 2년을 넘긴 현재 국내 인구의 5분의 1이 감염됐다. 정부가 3월24일 발표한 누적 확진자는 1082만2836명이다. 확진이 이 정도라면 실제로 감염된 사람은 2000만 명에 이른다는 전문가 시각도 있다. 국민의 20~30%가 감염된 후 코로나19 유행이 누그러진 외국 사례대로라면 국내 상황도 곧 나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방역 완화, 느슨한 경각심, 신종 변이 바이러스인 '스텔스 오미크론' 등이 겹치면서 국내 코로나19 유행 상황은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의료계는 정부가 이처럼 엄중한 상황을 국민에게 설명하고 지금이라도 방역을 강화해야 한다고 계속 주문하고 있다.


62만1328명. 질병관리청이 3월17일 발표한 코로나19 하루 감염자 수다.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도 각각 1159명과 429명으로, 세 가지 지표 모두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국내 코로나19 상황은 전 세계 국가 중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날 국제 통계 사이트인 아워월드인데이터는 인구 100만 명당 한국의 하루 확진자 수를 1만2110명으로 집계했다. 같은 날 프랑스(1614명), 영국(1371명), 일본(458명), 미국(135명)보다 월등하게 많은 수치다. 또 인구 100만 명당 사망자도 8.36명으로 미국(5.84명), 프랑스(2.57명), 영국(2.24명), 일본(1.29명)보다 많다.



우리보다 오미크론 유행을 먼저 경험한 영국, 프랑스, 미국 등은 오미크론 확산세에서 벗어나는 모양새다. 미국은 1월 하루 확진자가 90만 명대로 정점을 찍은 후 3월 들어 1만 명대까지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영국(27만 명대에서 5만 명대로), 프랑스(50만 명대에서 8만 명대로), 일본(10만 명대에서 4만 명대로) 모두 감소세다. 이들 국가가 오미크론 변이 확산부터 정점까지 걸린 기간은 약 30일이다. 그러나 국내 오미크론 유행은 3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나마 정점 시기와 규모조차 모르는 상황이다. 신규 확진자가 8500명대를 기록한 1월25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2월 중 3만 명대로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발표했으나, 다음 날 1만3000명으로 급증했고 2월5일 3만6000명을 기록했다. 10만 명대 신규 확진자가 나온 2월18일 김 총리는 3월초 17만 명대로 정점을 맞을 것으로 예측했지만, 2월23일 17만 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그러자 김 총리는 2월25일 말을 바꿔 3월 중순 25만 명대로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예측했으나, 3월4일 26만 명대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신규 확진자가 28만 명을 넘은 3월11일 김 총리는 "10일 이내에 37만 명이 정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3월16일 40만 명대, 3월17일 60만 명대를 기록했다.


총리의 예측은 매번 얼마 되지 않아 빗나갔다. 그러자 정부는 아예 코로나19 정점 시기와 규모가 불투명하다고 발표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3월21일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오미크론 변이 중 BA.2(스텔스 오미크론)의 점유율이 상승하고, 신속항원검사로도 확진을 인정하게 되면서 유행 정점까지 기간이 지연되고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방역정책이 더 문제라고 지적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수많은 상수를 넣은 모델링으로 코로나19 유행 시기와 규모를 전망한다. 그 상수 중 하나가 정부의 방역정책이다. 그런데 너무 자주 바뀌는 탓에 방역정책은 상수가 아닌 변수가 됐다. 그래서 오미크론 유행의 정점과 규모를 예상하기가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 코로나19가 점차 심각해지는데도 정부는 꾸준히 느슨한 방역정책을 내놨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한다며 영업시간을 밤 9시에서 10시, 다시 11시까지 늦췄고 출입명부 작성이나 방역패스도 중단했다. 이런 조치는 국민의 경각심을 떨어뜨려 코로나19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60세 미만은 PCR(유전자 증폭)검사조차 받을 수 없으며, 재택치료는 거의 방치 수준이다. 가족 중에 확진자가 있어도 나머지 가족은 일상생활을 하도록 했다. 김우주 교수는 "정부가 국민에게 불안감을 주라는 것이 아니다. 심각한 상황을 사실대로 밝혀 경각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도 코로나19가 독감 수준이라며 오히려 경각심을 더 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사와 치료를 제대로 받기 어렵게 되자 증상이 있어도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생계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확진되더라도 사실상 치료도 받지 못한다. 오미크론에 걸려도 증상이 심하지 않은 데다 회복 후 면역이 더 세진다고 한다. 따라서 일반인들 사이에선 차라리 코로나19에 걸리는 것이 낫겠다는 인식이 퍼져있다. 전문가들은 위험한 인식이라고 지적한다.

그 이유는 첫째, 고령층은 물론이고 30·40대 젊은 층도 치명률이 0.01%로 위험하기 때문이다. 1만 명 중 1명은 사망하는데 자신이 사망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둘째, 자신이 바이러스를 퍼뜨려 고령자·고위험군·영유아·가족·동료 등을 사망하게 만들 수 있다. 셋째, 백신 접종과 오미크론 감염으로 면역이 세진다고 해서 더 감염되지 않는다고 100% 장담할 수 없다. 김우주 교수는 "오미크론에 걸린 뒤 스텔스 오미크론에 감염된 사례가 외국에서 보고된 바 있다. 국내에서는 델타 감염자가 오미크론에 감염된 사례도 있다. 현재 늘고 있는 스텔스 오미크론에 재감염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사망 위험도 있어 코로나19에 걸리는 게 낫겠다는 인식은 러시안룰렛(회전식 권총에 하나의 총알만 장전하고 머리에 총을 쏘는 목숨을 건 게임)과 같은 것이므로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코로나19비상대응특별위원회(코로나특위)는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안철수 위원장은 3월22일 기자회견에서 "현 정부의 방역정책은 정치방역이라고 평가한다. 무너진 정치방역의 폐허 위에 과학방역이라는 든든한 성을 지어야 한다"며 7가지 권고안을 제시했다. 예컨대 재택치료자의 대면 진료를 늘리고 고령자·기저질환자 등을 최우선 진료하는 패스트트랙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권고안은 3월24일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3월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인수위 업무보고 과정에서 상세하게 설명하고 성실하게 협의하면서 해당 내용들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3월21일 첫 회의를 가진 코로나특위는 앞으로 주 3회씩 회의를 열기로 했다. 코로나특위는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전병률 전 질병관리본부장, 정기석 한림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 등 방역·경제 전문가 20명 안팎 규모로 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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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