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군웅들의 성장



이심(異心)을 품은 자들이 나타나다.

모든 원인이 황제와 그 측근 환관들에게 있었음에도 스스로 고치려고 하지 않았다. 사대부들 중 한나라 황실에 기대를 접은 사람들이 점차 늘어갔다. 이렇게 되자 흑심을 품는 자들이 나타났다.

황건적이 평정되고 나서 좌거기장군 겸 기주목을 맡은 황보숭은 굶어 죽는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 기주 전체에 일 년 동안 토지세를 면제해 달라고 주청했다. 황제가 이를 승낙했다. 백성들을 노래를 지어 황보숭의 덕을 찬양했다.
“천하대란이 일어나자 도시가 텅텅 비었고 어미는 아이를 지키지 못하고 아내는 남편을 잃었네. 황보를 믿고 의지하고서야 편안한 삶을 다시 찾았네.”


황보숭은 병사들을 항상 먼저 생각했기에 군내에서도 마음으로 따르는 자가 많았다. 한번은 부하 관리가 뇌물을 받아 문제가 생기자 황보숭은 이를 문책하지 않고 돈을 써서 무마시킨 일이 있었다. 그 관리는 몹시 부끄러워하다가 결국은 자살하고야 말았다. 황보숭의 부하를 아끼는 마음이 이와 같았다.


황보숭이 황건적을 격파하자 그 위엄이 천하에 진동했다. 반면에 조정은 날이 갈수록 더 어지러워 천하의 백성들은 더욱 곤경에 처했다. 신도현령을 지냈던 염충(閻忠)이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한양군 출신이지만 황보숭과는 같은 량주 출신으로 황보숭의 황건적 토벌을 보좌했었다. 그가 황보숭을 설득했다.


“얻기는 힘들지만 잃기도 쉬운 것이 천시입니다. 천시를 만났을 때, 이를 피하지 않는 것을 기회라 합니다. 옛적부터 성인은 천시에 따라 움직였고, 현명한 자는 기회에 맞춰 일어났습니다. 지금 장군은 정말로 얻기 어려운 큰 운을 만났습니다. 이 기회를 맞이하여 몸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장차 어찌 장군의 대명을 보존하겠습니까?”
천하가 어지러운 가운데 백성들의 중망과 병사들의 신임을 얻었으니 이 기회를 이용하여 대업을 도모하라는 암시였으나, 황보숭은 짐짓 못 알아들은 척했다.
“무슨 말이오?”


염충이 다시 설명했다.
“본시 하늘의 도리는 특정인과 친한 법이 없고 모든 백성에게 고루 능력을 베푼다고 했습니다. 오늘날 장군이 초봄에 황제로부터 부월을 하사받아 겨울이 이르기도 전에 황건적을 평정하는 큰 공을 세웠습니다. 병력을 운용함이 귀신같고 모책이 뛰어나 계획을 한번 세우면 다시 검토해 볼 필요도 없었습니다. 강한 적을 마른 고목나무 가지 꺾듯 쉽게 꺾어버렸고, 단단한 적진을 눈 녹이듯이 싹 쓸어버렸습니다. 불과 십 개월 동안 신병이 전격적으로 적을 소탕하니 시체가 산처럼 쌓이고 그 공을 돌에 새기게 되었습니다.

남쪽을 향해 보고하니 그 위엄과 덕이 조정을 진동시켰고 그 명성은 해외에까지 알려졌습니다. 어찌 탕왕과 무왕의 거사인들 높으신 장군의 위업에 미치겠습니까! 오늘날 장군께서는 상을 줄 수 없는 정도의 대공을 이루었고 높은 덕망을 아울러 지녔으니, 어찌 북면하여 남을 섬기면서 그 몸을 편안히 보존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황보숭이 대답했다.
“밤낮으로 공적인 것만 생각하며 마음에 충성을 잊지 않는다면, 어찌 평안하지 않으리오?”


염충이 반박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옛적에 한신이 밥 한 끼 대접받은 은혜를 잊지 못하여 천하를 삼분할 기회를 잃어버렸습니다. 칼이 목에 들어온 다음 후회해 봐야 소용이 없었습니다. 기회를 놓치자 계획이 어그러진 것입니다. 지금 황제는 유방과 항우에 비하여 재주가 모자라고, 장군의 권력은 회음후 한신보다 무겁습니다. 손가락을 들어 한 번 휘저으면 바람과 구름처럼 천하를 진동하게 할 수 있고, 노해서 한 번 꾸짖으면 천둥과 번개처럼 군대를 일으키는 것이 가능합니다. 횃불을 높이 들고 떨쳐 일어나 시대의 위급함을 물리치셔야 합니다.


먼저 높은 은혜를 두루 베푼 후에 군사를 일으켜 뒷일에 대비하면서 기주를 포함한 일곱 지방의 인걸들을 초빙하고 무리를 규합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사방에 격문을 날려 기의 사실을 알린 후에 진군소리를 울리면서 장하(漳河)를 따라 흘러내려가 맹진(孟津)에서 말에 물을 먹인 후, 경성에 들어가 환관들의 죄를 물어 주륙하고 흉악한 자들의 악폐를 제거하겠다고 선언하면 비록 어린아이라 하더라도 힘을 다해 싸우고 아녀자들도 치마를 걷어붙이고 장군의 명을 따르고자 하지 않겠습니까? 황차 용맹한 병사들을 독려해 힘써 싸우게 한다면 폭풍우와 같은 기세를 이루게 될 것입니다!


큰 공과 업적을 성취하고 천하가 이미 다 귀순한 연후에 상제(上帝)에게 아뢰어 천명을 받고, 천지사방에 어지러운 일들을 가지런히 정돈한 후, 천자의 위를 양위 받아 남면해 칭제하게 되면, 이미 망할 대로 망한 한나라를 이어받을 수 있습니다. 실로 신이 주신 기회를 만난 것이라 할 수 있으니 바람을 일으키기 좋은 때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누구라 한들 이미 썩을 대로 썩어 어찌할 수 없는 쇠락한 세상을 보좌하기는 어렵습니다. 만약에 보좌하기 어려운 조정을 돕고자 한다면 이는 썩어 못쓰게 된 나무를 조각하겠다고 하는 것과 같고, 날아오는 탄환을 반대로 움직이려 하는 일이나 마찬가지니 어찌 이것이 쉬웠겠습니까?


게다가 지금은 천한 환관들이 패거리를 지어 서로 악한 짓을 하는 것이 마치 시장바닥과 같습니다. 주상의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관리들은 권력 있는 자에게 빌붙고 가까운 자를 봐주는 판국입니다. 우매한 군주의 아래에서는 오래 편안히 거하기가 어려운 법입니다. 상으로 보상할 수 없는 정도의 큰 공을 이루었으니 참소를 받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합니다. 일찍 일을 도모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없을 것입니다.”


황보숭이 두려워하며 말했다.
“그대가 말하는 비상한 계책은 보통사람이 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오. 세상을 창도하는 큰 공을 어찌 범용한 사람이 이룰 수가 있겠소. 황건적은 자잘하고 천한 것들이어서 바로 모이자마자 흩어지고 일을 이루자마자 어지러워졌소. 어찌 진나라나 항우에 비교할 수 있겠소. 본인은 군주를 잊지 못하고, 하늘은 역적질을 돕지 않을 것이오. 만약 헛되이 바랄 수 없는 공을 만들어내고자 한다면 조석지간과 같이 빠른 시일 내에 화를 초래할 것이오. 한나라 조정에 충성으로 바치고 신하로서의 절도를 지키면, 비록 구름처럼 많은 참소가 있어도 다 폐기될 것이오. 또 아름다운 이름이 있으면 몸은 비록 죽어 없어질지라도 후세에 그 이름이 전할 것이오. 상궤에 반하는 주장은 나는 감히 받아들일 수가 없소.”
염충은 자신의 계책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황급히 황보숭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갔다.


환관과 외척 간의 권력투쟁으로 세상이 어지럽고 조정은 무능하니 이제 사대부들 사이에서도 사백 년 내려온 한나라 왕조를 뒤엎으려는 마음을 가진 자까지도 나타나게 되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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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