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 뵙고 싶다".. TK 본진 대구서 '박근혜 사면' 돌파 나선 윤석열
박근혜 전 대통령이 0시를 기해 특별사면으로 석방되는 30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 대구를 찾았다. “박 전 대통령을 찾아뵙고 싶다”며 격앙된 ‘친박 민심’을 누그러뜨리려 애썼다. 이번 사면으로 보수 분열 우려와 지지율 하락 움직임이 뚜렷해지자 서둘러 ‘박근혜 변수’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윤 후보는 이날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친박 단체 회장들과 만났다. 자유유권자총연합회, 자유애국시민연합 등 15개 친박 단체 회장들은 만남에 앞서 “우리가 열망하는 정권 교체의 대업을 이룰 수 있는 적임자임을 확신한다”면서 윤 후보에게 힘을 실었다. “윤 후보가 ‘대단히 미안하다. 조속한 회복을 바란다’고 했으니, 눈물을 거두고 정권교체에 동참해 달라”며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다독였다.
간담회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 한 참석자는 윤 후보의 사과를 언급하면서 “많은 애국단체가 지지 선언을 할 이유가 생겼다”고 했고, 다른 참석자는 “자유 보수우파들에게 희망을 줬다”고 윤 후보를 한껏 띄웠다. “대통령, 윤석열” 구호도 나왔다. 윤 후보는 “정권을 교체하고 자유민주주의를 확고히 세우겠다”고 화답했다. 이어진 지역기자 간담회에서는 “건강이 회복되면 한번 찾아뵙고 싶은데, 식사도 제대로 못 하신다고 들었다”며 박 전 대통령을 거듭 위로했다.
윤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지역구였던 대구 달성군에도 들렀다. 달성군에 있는 현대로보틱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달성군이 우리나라 로봇산업 클러스터로서 확실한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로봇 클러스터를 대구ㆍ경북(TK) 지역경제 활성화와 연결 짓기도 했다. 일정 전체를 친박 민심 달래기에 맞춰 짠 듯했다.
하지만 윤 후보가 흔들리는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마음을 전부 산 것은 아니었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와 당원들은 이날도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찾아 윤 후보의 사과를 요구했다. 일부 당원들은 “윤석열이 무슨 보수냐, 보수를 다 죽였다” “윤석열은 문재인의 아바타다” 등의 거친 구호를 외치며 사무실 진입을 시도해 소동이 일기도 했다. 윤 후보는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공화당은 저분들(윤 후보 지지 선언을 한 단체들)한테 좀 배척당한 단체란 얘기를 들었다”고 일축했다.
이날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에게 대구지역 조직본부장 임명장을 수여한 것도 보수 표심을 하나로 모으기 위한 상징적 장면이었다. 김 의원은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으로 윤 후보에게 기소를 당했던 ‘악연’이 있다. 그는 대구 선대위 출범식에서 “대한민국을 지켜온 자유우파 최후의 보루 대구의 힘으로 정권교체를 하자”며 윤 후보를 적극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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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