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 김건희씨를 공격하려다 호되게 되치기를 당했다.

김씨의 권력 전횡 우려를 전하는 과정에서 "사석에서 김건희씨가 남편에게 반말을 한다더라"고 말해 논란을 자초한 것. 당장 국민의힘은 "남존여비 사상이냐", "가부장적이고 전근대적 발상"이라는 비판을 쏟아내며 송 대표의 사과를 촉구했다.

송 대표는 앞서도 윤석열 후보의 돌잔칫상에 놓인 지폐를 '엔화'라고 하거나, 국민의힘을 향해서 '불임정당'이라고 비하하는 등 실언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문제의 '반말' 발언은 22일 BBS 라디오와의 인터뷰 도중 나왔다. 송 대표는 "항간에 실세는 김건희씨로 알려져 있고, 같이 식사한 분한테 직접 들은 이야기인데 김씨가 사석에서도 윤 후보한테 반말한다는 것 아닌가"라며 "집권하면 실권을 최순실씨 이상으로 흔들 거라고 다 염려하고 있지 않나"라고 윤 후보와 김씨를 겨냥했다.

허위 경력 의혹 등으로 도덕성 논란에 휘말려 공개 등판을 꺼리고 있는 김건희씨를 향한 정치적 공세를 이어가려는 의도였지만, 근거 없는 비방으로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이다. 무엇보다 남편을 향한 부인의 반말을 권력 행사의 기준으로 삼는 송 대표의 인식은 다분히 시대착오적이다.

당장 국민의힘은 맹공을 퍼부었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유교적 관념을 지닌 시아버지가 남편에게 반말한다고 며느리를 혼내는 느낌"이라며 "송 대표의 남존여비 시각에 뜨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허 대변인은 김혜경씨가 집을 공동명의로 하자며 집요하게 이 후보를 추궁하는 장면을 상기시키며 "벌써 재산 나누자고 남편에게 압박을 넣을 정도니, 집권하면 대통령 남편을 얼마나 쥐고 흔들지 국민이 걱정해야 하나"라며 "하다하다 반말한다고 최순실처럼 될 것이라는 논리까지 펴는 건 정말 너무하다"고 꼬집었다.

김용태 청년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 "이제는 부부끼리 존댓말 반말도 국가가 규제하려 하는가"라며 "대관절 형수님한테 욕하고 당당히 대통령 후보가 된 전과 4범도 있는데 부부간 반말하는 것이 어떻습니까"라고 비꼬았다.

황규환 대변인도 공식 논평을 내고 "집권여당 대표가 확인되지 않은 '카더라 통신' 을 버젓이 사실인 것처럼 둔갑시키는 것도 놀랍거니와, 아내가 남편에게 반말하는 것이 대단한 문제라는 전근대적이고 가부장적인 시각이 부끄럽다"며 "형수에게 욕하는 이재명 후보부터 챙기시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부인 김혜경씨가 출연했던 SBS의 부부 관찰 예능프로그램을 '소환'했다. 방송은 두 사람의 자연스러운 일상을 보여주는 콘셉트였는데, 당시에도 이 후보와 김씨는 서로 편하게 반말을 주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