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하는 정치인은 영원히 퇴출해야 합니다.
최근 유엔무역개발회의(UCTAD)에서 우리나라를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재분류하기로 했다 한다. 소득 수준이나 국력만 본다면야 일인당 2018년 국민소득 3만 달러, 5천만 인구를 달성해 세계에서 7개국뿐인 30-50틀럽에 가입한 이래 당연히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었던 것이나, 그동안 국제무역상의 특혜를 누리기 위해 안간힘을 써 개도국 지위를 유지해 왔던 것이다. 사실은 이것도 꼼수이고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잃는 짓이었으니, 이번에 선진국 대접을 받게 된 일은 작은 손해는 있어도 잘 된 일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나라가 선진국 자격이 있는 지 의문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대한민국이 이룬 산업화의 성과를 인정하기 싫은 좌파 세력들이나 스스로 헬조선이라 자기 비하하면서 불평 불만만 일삼는 세대들이야 우물안 개구리이니 세상 돌아가는 것 몰라서 그런다 치더라도 이와는 다른 측면에서 과연 우리나라가 선진국 자격이 있느냐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경제 수준이나 제도적 수준은 그렇다 하더라도 국민의 의식 수준이나 사회 전반의 문화 수준이 과연 선진국이라 할 수 있겠느냐 하는 문제 제기다.
사실 우리나라는 2차대전 이후에 독립한 나라들 중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유일한 나라이다. 경제적 지표나 제도적측면에서의 민주화의 정도는 어느 선진국과 비교해도 부족한 점이 없다. 그러나 사회 문화나 국민의 의식 측면에서 보면 아직도 부족한 점, 모자라는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 하는 습성이 문제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그의 명저 ‘역사의 종말’에서 선진 사회의 지표는 신뢰인데, 한국은 사회 전반에 신뢰가 부족해 선진 국가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뼈아픈 지적이 아닐 수 없다.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사회, 심지어 법원과 검찰에서도 위증과 위증 교사가 난무하는 사회, 약속이나 계약이 휴지조각처럼 지켜지지 않는 사회는 절대로 선진 사회가 될 수 없고 민주주의가 지켜질 수도 없다. 사회적 신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서로가 서로를 믿을 수 없어 불신이 가득한 문화가 될 것이고, 이런 사회에서는 서로 협력하고 상생하기보다는 서로가 서로를 속여 자신의 이익만을 편취하려는 태도가 만연할 것이다. 서로가 믿지 못한다면 하나의 정치 공동체로서의 대한민국도 계속 존속할 수 있으리란 보장도 없어진다.
민주주의가 가장 먼저 꽃 피우고 정치 선진국인 영미에서는 정치인의 가장 큰 악덕을 거짓말로 본다. 국민에게 의도적 거짓말을 한 사실이 밝혀지면 정계에서 즉각 퇴출될 뿐 아니라 다시는 선출직에 도전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그들이 거짓말을 하는 대상이 바로 주권자인 국민들이기 때문이다. 국민이 선출하고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먹고사는 정치인들이 국민을 대상으로 거짓말을 남발한다는 것은 주권자인 국민을 기만과 조작의 대상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선진민주사회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어떤가. 정치적 지도자나 선출직 공무원들이 아무러치도 않게 거짓말을 한다. 국민들도 내편 네편 편을 갈라 우리 편이라면 아무리 거짓말을 해도 감싸고 옹호하고, 거짓말로 상대방을 비방하고 국민을 속여 넘기면 오히려 잘했다고 갈채하는 분위기가 아닌가. 깊이 반성해야 할 일이다.
결국 거짓말 하는 정치인은 그 국민들이 만든다. 정치인은 국민의 종이지 상전이 아니다. 주인인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일삼는 정치인들은 가차 없이 퇴출해야 한다. 정치인거짓말방지법을 만들어서라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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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