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방자치단체장 교체기마다 반복되는 '알박기 인사'의 구태



지방선거를 통해 단체장이 바뀌는 시기마다 되풀이되는 산하 기관장들의 '임기 고수' 논란이 공공 행정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전임 단체장이 임명한 기관장이나 상임이사들이 자신의 임기가 남아 있다는 이유로 사퇴를 거부하며 신임 단체장의 정책 추진을 가로막는 행태는, 이제 지방자치 현장의 고질적인 병폐가 되었다.

공공기관의 임명직은 정치적 중립성과 행정의 연속성을 담보해야 하는 자리이자, 동시에 새로운 정책 기조를 현장에 구현해야 하는 집행의 주체이기도 하다. 지방선거를 통해 새로운 단체장을 선출한 것은 지역 사회가 기존의 행정 방식을 쇄신하고 변화된 정책 방향을 요구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임자의 임명장만을 근거로 자리를 지키겠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주민이 부여한 정책 추진권을 무력화하는 행위와 다름없다.

이러한 인사들이 내세우는 명분은 주로 '법적 임기 보장'이다. 그러나 공직자가 법 뒤에 숨어 자리 유지에만 급급한 모습은 공공 행정의 본질을 외면한 처사다. 행정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주민의 요구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새로운 정책 기조와 충돌하는 인사들이 자리를 지키며 의사결정의 병목 현상을 초래하는 것은, 행정력을 낭비할 뿐만 아니라 그 피해를 고스란히 지역 주민에게 전가하는 무책임한 발상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공직사회의 도덕적 해이다. 공적 책무를 맡은 인사라면 변화된 행정 환경에서 자신이 정책 기조를 이끌어갈 적임자인지를 스스로 자문해야 한다. 자신의 거취가 조직 운영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될 때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공직자로서의 최소한의 품격이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기득권 유지에만 혈안이 되어, 임기 만료까지 버티기로 일관하는 것이 마치 당연한 권리인 양 인식되고 있다.

지방자치제도가 건강하게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행정의 책임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산하 기관의 인사권이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남용되거나, 반대로 이를 방패 삼아 기득권을 고수하는 악순환은 반드시 끊어내야 한다. 지방 행정은 특정 세력의 전유물이 아니며, 공직은 개인의 안위를 보장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

이제라도 각 기관의 임명직들은 본인들이 구태의 상징으로 전락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성해야 한다. 무리한 임기 고수는 본인의 명예를 실추시킬 뿐만 아니라, 지역 행정 전반에 대한 불신을 키울 뿐이다. 변화된 민심을 겸허히 수용하고 스스로 거취를 결단하는 것만이 공직자로서 마지막 책임을 다하는 길이다. 지자체 또한 산하 기관 임원 임용과 관련하여 임기를 정무직과 연동하거나 실질적인 성과를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해, 이 같은 소모적인 논란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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