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민주당의 '검수완박', 국민뜻이란 말도 안되는 소리 말고 접어라.

바야흐로 신조어 시대다. 새로운 단어가 혼란스러울 만치 마구 쏟아진다. 개중엔 쌈박한 어휘도 있고 저급한 은어(隱語)도 적지 않다. 영어권도 다르지 않다. 메리엄 웹스터 사전은 지난 1월에만 520개의 단어를 추가했다. 여기에 포함된 'long hauler'는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오래 고생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여기에 홀연히 등장한 검찰·정치권발(發) 신조어가 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가장 정치색 짙고 시사적이며 휘발성 강한 조어다. 어느 시사만평가는 검찰의 어두운 행적을 겨냥해 '검수완봐(검찰 수사 제 식구 완전 봐주기)'가 아니냐며 비꼬았다. "검수완박이면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친다)"이라고 받아친 윤석열은 검찰총장 사퇴 후 단박에 대권 후보 지지율 1위로 점프했다. 대선판이 덩달아 요동쳤다.

과연 중대범죄수사청 설립을 통한 검수완박은 합리적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중수청 급조는 날림 공사다.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는 검찰의 권력 집중을 이완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공소 유지의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검찰이 수사 기능을 잃으면 경찰에 대한 통제력도 약해진다. 급작스레 권한이 커진 경찰의 수사 역량은 미지수. 아직은 검찰의 역할이 필요하다. 중수청이 설립되면 수사 총량만 늘어날 뿐 수사의 질은 떨어질 개연성이 크다. 권력형 비리에 대한 수사 동력도 약화될 게 뻔하다.

설사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의 정당성이 있다 하더라도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다. 이제 겨우 검경 수사권 조정이 담긴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시행하는 단계다. 공수처도 문패만 달았을 뿐 정상 가동되지 않고 있다. 검수완박은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시간을 두고 법조계와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을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국민의 뜻과 거리가 멀다. 검수완박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검찰개혁의 마지막 단계에 해당한다. 하지만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외면한 것은 검찰개혁이 사법 서비스 개선이라는 여망과 달리 수사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인식도 한몫했다고 본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새 정부 출범을 불과 한 달 남짓 남겨 둔 시점에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를 서둘러 추진하는 것은 심각한 민심 오독(誤讀)이자 다수 정당의 횡포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는 ‘검찰청법폐지법률안’과 ‘형사소송법개정안’,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 제정안’ 등이 계류돼 있다. 한결같이 검찰 수사권을 폐지하고 이를 대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벌써부터 검수완박에는 월성원자력발전소 경제성 조작이나 울산시장 선거 개입 같은 여권 연루 사건 수사를 막으려는 움직임이란 비판이 적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한 걸음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각종 비리 의혹이 불거진 이재명 전 대선후보와 부인 김혜경씨와 관련한 수사를 막기 위한 ‘방탄용’이라고 반발하고 있지 않은가.

민주당은 지난주 자당(自黨) 출신의 무소속 양향자 의원을 법사위로 보내고 법사위에 있던 민주당 박성준 의원을 기획재정위로 보내는 사보임을 했다. 여야 3명씩 6명으로 이루어진 법사위 안건조정위의 비교섭단체 몫을 차지하면 이견이 있는 법안도 처리가 가능하다. 편법까지 동원해 검찰을 수사에서 배제하는 법안의 처리를 서두르는 모습에서는 순수성을 찾기가 어렵다. 민주당은 ‘정당은 선거로 심판받는다’는 상식을 거스르는 일부 세력의 강변에 매몰되지 말고 검수완박을 접기 바란다. 민주당이 기어이 '검수완박'을 밀어붙이겠다면 초대형 부메랑을 맞을 각오를 해야 할 듯싶다.










이경주 뉴스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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