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절 다 갔네"…강남 '알짜' 아파트마저 어쩌나


한때 재건축 시장의 ‘틈새 매물’로 불리며 큰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었던 보류지가 최근 들어 유찰을 거듭하고 있다. 보류지는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향후 조합원 수 변화에 대비해 일반에 분양하지 않고 남겨둔 물량이다. 조합은 전체 가구 가운데 1% 범위에서 보류지를 정할 수 있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어 가점이 낮은 수요자와 다주택자도 입찰할 수 있고 최고가 입찰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입찰에서 전용면적 59A㎡는 35억원에, 107B㎡는 58억원에, 155㎡는 80억원 이상에 입찰을 받았다. 일반 분양가가 전용면적 59㎡ 16~17억원대, 107㎡은 27억~29억원대, 전용 155㎡ 42억원대에 공급된 것을 감안하면 2배 가량 높게 책정된 것이다. 계약 체결 시 낙찰가의 20%를 계약금으로 내고, 나머지 80%는 11월 1일 안에 납부하는 조건도 붙었다.

인근 시세와 비교하면 비슷한 수준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전용면적 59㎡는 지난 7월 36억원(7층) 팔렸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전용면적 59㎡도 지난 7월 33억원(6층)에 손바뀜했고, 이보다 큰 평형인 전용면적 112㎡는 각각 55억원(5층), 57억6000만원(12층)에 새 주인을 찾았다.

이처럼 강남 재건축 단지가 연이어 보류지 몸값을 높이는 것은 여러 차례 유찰에도 매각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다. 개포1동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지난해부터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보류지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수차례 보류지 가격을 인상했으나 완판에 성공했다. 지난 5월 마지막 한 가구를 24억5000만원에 내놨으나 한 달 만에 1억원을 인상, 결국 25억5000만원에 매각했다.

서울 내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서 보류지를 내놓는 조합이 가격을 올리고 있다. 과거 유찰 때마다 가격을 내렸던 것과 달리 조합이 오히려 가격을 올리면서 전문가들은 보류지를 매수할 때 주변 시세 평가를 더 꼼꼼히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가격 높이자 서울도 ‘유찰’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시장에 나왔던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신반포15차 재건축) 보류지 3가구는 모두 유찰됐다. 시장에선 조합이 내놓은 가격이 유찰의 원인이라고 평가한다. 조합은 전용 59㎡ 보류지의 가격을 35억원, 전용 107㎡의 가격은 58억원으로 정했다. 가장 큰 전용 155㎡ 보류지의 가격은 80억원에 달한다.

이 단지는 지난 7월 진행한 1순위 청약에서 178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9만3864건의 청약통장이 몰리면서 527.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비슷한 시기에 함께 공급된 강남구 도곡동 래미안 레벤투스(402대 1)나 마포구 공덕동 마포자이 힐스테이트 라첼스(163대 1)보다도 높은 경쟁률이었다.

일반청약에서 높은 경쟁률을 보이자 조합은 주변 시세 수준으로 보류지 가격을 높였다. 인근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59㎡의 최근 매매 가격이 36억원이었는데, 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같은 크기의 원펜타스 분양가가 16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격이 2배 이상 차이 난다.

사정은 서울 내 다른 단지도 비슷하다. 조합 내홍으로 매각 계획이 취소된 서초구 서초동 ‘서초 그랑자이’의 전용 59㎡ 보류지 입찰 가격은 최고 23억5000만원으로 책정됐다. 지난 7월 같은 크기의 매각 가격(25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강동구 길동 ‘강동 헤리티지 자이’의 경우 전용 59㎡ 보류지의 가격을 15억원으로 정했다. 최근 거래가(12억2500만원)보다도 높은 가격이다. 최근에는 아예 보류지 매각 계획을 포기하고 가격을 다시 논의하는 단지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류지 구입을 고민할 땐 주변 시세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말한다. 보류지는 청약 조건에 제한이 없는 대신 최저 입찰금액의 10%를 보증금으로 바로 내야 하고 낙찰받은 뒤 돌려받을 수도 없다. 계약금부터 잔금까지 내는 기간도 짧아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매각에 나섰던 노원구 ‘노원롯데캐슬시그니처’의 경우 전용 84㎡ 보류지 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비싼 11억원에 책정된 바 있다”며 “잔금 납입 기간이 짧은 점 등을 감안하면 주변 기존 아파트 매입과 비교해 비용이 오히려 클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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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