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문재인 5년, 업적이라 할 만한 것이 대체 무엇인가?

문득 문재인 정부 5년은 무엇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상징적이라고 할 만한 업적이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는 조국, 분열, 부동산, 적폐 청산, 코로나 등이다. 대통령이 마음에 둔 어젠다는 정말 무엇이엇나 하는 궁금증이 머릿속을 맴돈다. 좌우를 떠나서 이승만, 박정희는 말할 것도 없고, 민주화 이후의 단임 대통령도 제각기 대표적이라고 할 만한 성과를 남겼다, 북방 정책, 군의 탈정치화, 햇볕 정책, 탈권위, 녹색 성장. 이 각각은 노태우부터 이명박까지 각 대통령을 상징하는 업적이다. 이들과 대조적으로 임기 마무리 시점이지만 문 대통령의 대표 업적이 무엇인지 잘 잘 모르겠다.

여러 면에서 지난 5년은 ‘특별한’ 시기였다. 촛불을 통한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출범한 정부다, 권불십년이 아니라 수십년을 이어 갈수 있는 정권의 시작이었다. 그런데 처음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이 여실히 보였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국정을 ‘장악’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 못했고, 필요한 곳에서 대통령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다. 국무회의보다 청와대 비서들과 하는 회의를 중시했고, 기자회견도 거의 하지 않았다.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대통령이 내려야 하는 중요한 결정도 회피하거나 다른 데로 떠넘기는 듯이 보였다.

적폐 청산을 내세웠지만 근본적으로 그것은 미래 지향적일 수 없고 그나마 반대자를 잡아넣었을 뿐 정작 필요한 제도 개선은 이뤄내지 못했다. 유명 연예인과 만나고, 독립운동가 유골 송환이나 첨단 국방 무기 실험처럼 모양새 나는 곳에 얼굴을 보일 뿐, 정작 갈등을 풀고 문제를 해결해야 할 곳에서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 대통령이었다. 그래서 문 대통령에 대한 여론조사의 지지도가 전례 없이 높은 비율로 유지되는지 모르지만, 그 리더십으로 당대 국민은 피곤했고 역사는 박한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자신의 취임사부터 지키지 않은 대통령이다. 2017년 5월 10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은 10분 정도의 짧은 연설이었지만 탄핵 사태로 찢어진 나라를 통합할 것을 약속한 명문이었다. 야당을 동반자로 여기며 손을 맞잡고 갈 것,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 보수와 진보의 갈등을 끝내기 위해 직접 나서 대화,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을 것, 주요 사안은 직접 언론에 브리핑 등을 약속했다. 그런데 이중 하나도 지킨게 없다.

문 대통령의 이런 방관적이고 무책임한 리더십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것이 언론중재법이다.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강행 가능성이 높았던 상황에서, 애초에 이에 대한 청와대의 반응은 ‘입법부 소관인 법안 자체에 대해 청와대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었다. 이걸 청와대가 언급하는게 적절한 것이 아니라면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무엇을 하고 있으며 통치자인 대통령이 중요문제를 회피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나라가 되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여기에 민주당에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이른바 ‘검수완박’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4월12일 이를 당론으로 정하고 4월 국회 강행처리를 예고했다. 검찰에서는 집단반발이 일어나고 김오수 검찰총장이 결사 항쟁을 외치며 대통령 면담까지 신청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청와대에서는 집권말기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는 행동이라며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인가? ‘검수완박’은 국회만의 문제가 아니며 국민 생활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일이다. 이번에도 뒤에 물러나서 숫자에 불과한 지지율 관리만 한다면 문 대통령은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 아니라 자기 보신이 더 중요한 일개 정치인에 불과하다.

대통령이 정국을 주도하지 않고 뒤편으로 물러서 있으면서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위와 권력은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아랫사람들’에게 이용되어 온 것 같다. 상식보다는 오기처럼 느껴진 각종 정책 추진과 도를 넘어서는 각종 ‘자리 나눔’에 대해서도 대통령은 말이 없다. 이 역시 문 대통령이 모르거나 방관하거나 둘 가운데 하나 때문일 것이다. 결국 돌이켜보면 통치에, 정치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을 대통령에 선출한 것이다. 애당초 정치하지 않는다는 다짐을 받고 노무현 정부에 참여했던 문 대통령이다. 경험도, 준비도 충분치 않았지만 떠밀려 그 자리까지 간 셈이다.

지도자는 어려운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사람이다. 6·25전쟁 때 대한민국 사수에 앞장섰던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의 집무실 책상 위에 있던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 명패가 상징적이다. 다음 5년 국정을 이끌 윤석열 정부는 이러한 트루먼 대통령의 정신을 본 받아 국민과 나라를 위하는 일이라면 전면에 나서서 확실한 기준을 가지고 정책을 이끌어 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님들께도 부탁드린다. 국민이 정신 차려야 나라가 살고, 후손에게 더 큰 죄를 짓지 않는다. 새로운 정부가 엇나가지 않게 국민들의 감시자 역할도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경주 뉴스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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