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김여사 특검법' 부결 예상에도 내부 단속 부심… 출구 전략 목소리도 고조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온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이 4일 국회 본회의 재표결을 앞둔 가운데,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3일 재차 부결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이 당내 갈등으로 확산하는 와중에도 특검법 반대에는 한목소리를 내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3일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국회 재표결을 하루 앞두고 내부 단속에 부심했다.
김 여사 특검법을 비롯해 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 등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 요구한 법안들이 부결되더라도 유의미한 수준의 이탈표가 나오면 여권 내 혼란이 불가피한 만큼 단일대오 유지에 전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대통령 재의요구 법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3분의 2 이상 찬성이면 가결된다. 192석의 범야권이 전원 찬성한다는 가정 아래 현재 108석인 국민의힘에서 8표 이상의 이탈표가 나오거나 12명이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면 재의결이 가능하다.
이에 원내지도부는 일찌감치 재표결 부결을 당론으로 선포하고 소속 의원들에게 본회의 당일 전원 경내 대기령을 내렸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과 원내지도부의 만찬에서도 특검법 재표결과 관련한 직접적 언급이 나오진 않았지만, '당정 일체'를 강조하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암묵적인 공감대가 형성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단 당내에서는 계파를 막론하고 김 여사 특검법이 부결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번 김 여사 특검법이 민주당이 단독으로 밀어붙인 것인 데다가 이탈표가 나올 경우 후폭풍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김 여사에 대한 여론 악화를 우려하며 직접 사과의 필요성까지 거론해왔던 친한(한동훈)계도 역시 부결에 힘을 싣고 있다.
다만 여당 내에서조차 소속 의원 8명만 이탈표를 던지면 언제든 특검법이 통과될 수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나 ‘단일대오’가 유지될 수는 없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와 함께 재표결, 국정감사를 거치면서 계속해서 커질 ‘김건희 여사 리스크’ 해소를 위해 공개 사과 등 출구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개천절 경축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부결을 당론으로 정하냐’는 질문에 “부결시키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의원들께도 그런 설득을 드릴 생각”이라고 답했다. 최근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의 한 대표 ‘공격 사주’ 의혹 등으로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의 갈등이 커지면서 일각에서 친한계의 이탈표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이를 일단락하는 취지로 해석된다.
실제 당내에서는 유의미한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은 분위기다. 이번 재표결에서 이탈표가 나올 경우 내부 분열만 드러내는 꼴이라 야당에 공세 빌미만 제공한다는 것이다. 원내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통화에서 “이탈표는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이탈표가 나오면 더불어민주당만 도와주는 꼴”이라며 “김 여사 관련 불만은 있어도 이번까지는 다 참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 여사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등 공개적으로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던 의원들도 특검법 부결에는 뜻을 같이하고 있다. 김용태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내부에서 김 여사에 대한 사과나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만 그것과 특검법은 별개의 문제”라면서 “108명 모두 다 부결표 던지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특검법이 동의 없이 가결된다면 정말 정권에 치명타다. (이탈표가 8표 이상 나오면) 레임덕이라고 볼 수도 있다”면서 “그걸 원하는 여당 의원들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부결되더라도 민주당의 특검법 재추진이 예상되는 만큼 계속해서 특검법을 막아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론이 제기된다. 당 조직부총장인 친한계 정성국 의원은 전날 MBC라디오에서 “이번까지는 단일대오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지만 그다음부터는 상황이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 “국민이 봤을 때 의혹이 너무 사실처럼 인식이 된다든지, 우리가 부결시키고 하는 부분들에 따가운 질타가 강하게 드러났다. 여당은 부담을 안 가질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지선인) 8명을 지켜내는 것이 앞으로 계속 무한정 갈 수만은 없지 않겠냐는 걱정이 된다”고 강조했다.
김 여사 리스크로 인한 여론 악화를 막기 위해 사과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계속해서 분출하고 있다. 정 의원은 “여사께서 국민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처신에 조금 부적절한 부분에서 사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김 의원도 “입장표명과 관련해서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면서 “야당에 끌려가서 사과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이 오기 전에 정부, 대통령실에서 먼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여사의 공개 사과가 자칫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한 이후 당시 야권에서 국정농단 의혹을 무차별적으로 제기했다는 등의 이유다. 한 대구·경북(TK) 지역 의원은 “사과를 한다고 깔끔하게 됐다 하고 마는 사안이 아니지 않냐”면서 “섣부른 사과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 민주당이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몰아붙이는 걸 보면 긁어 부스럼을 만들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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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