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의대증원 수용' 시사한 의협에 의료계 '부글부글'


임현택 회장(사진)이 이끄는 대한의사협회에 대한 불만이 의료계에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지난달 30일 열린 의협 브리핑에서 '2026학년도 의대 감원이 보장된다면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수용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만한 발언이 나오면서 파장은 더욱 확산하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1일) 오후 자신의 SNS에 "2025년도 의대 정원에 대한 입장 변화는 없다"며 "현 정책을 강행할 경우 정상적인 의학 교육 역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재차 강조하지만, 임 회장은 사직 전공의와 휴학한 의대생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며 "임 회장은 아무렇게나 지껄이지 마시길 바란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정치와 언론에 염증을 느낀다"며 "사실과 진실은 다르다. 정치 공작과 언론 왜곡은 갈등을 악화시킬 뿐이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박 비대위원장의 수위 높은 발언은 하루 전 열린 의협 브리핑에서 비롯됐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같은 날 열린 정부의 '의료개혁 추진 상황 브리핑'에서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필수 의료에 헌신하기로 한 꿈을 잠시 접고 미래의 진로를 고민하고 있을 전공의 여러분을 생각하면 매우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 "지난 7개월간 의사 악마화에 몰두해온 정부가 우리 전공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라고 처음 표현하신 것에 대해 긍정적인 변화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2025년에 초래될 의대 교육의 파탄을 이제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2026년부터는 감원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장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원 10명 중 8명은 임현택 의협 회장을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협 회원들은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 양상에서 임 회장의 말실수에 실망했다고 입을 모았다.


조병욱 의협 대의원회 대의원은 지난 8월28일부터 지난달 27일까지 '제42대 임 회장 불신임 청원'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1989명 중 1689명(85.2%)이 임 회장 불신임에 찬성했다고 2일 밝혔다.

불신임 이유로는 '별도 의견 없음'(923명), '무능'(181명), '언론 대응 문제'(143명), '독단적 회무'(138명) 등을 꼽았다. '전직 전공의, 휴학 학생 지원'(52명), '정책 대응 문제'(51명), '집행부 구성 문제'(41명), '단합이 필요할 때'(22명) 등 의견도 나왔다.

반면 임 회장 불신임 반대는 293명(14.8%)에 그쳤다. 이들은 '회장 신뢰(무응답 포함)'(133명), '단합을 해야할 때'(83명), '조사 관련자나 대의원회 비난'(75명) 등을 불신임 반대 이유로 꼽았다.

조 대의원은 "지난 9월20일 간호법 제정 공포와 함께 박용언 의협 부회장의 SNS 논란 후 급격히 응답자 수가 증가했다"면서 "회장 당선 후 보인 모습에 실망을 했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간호법을 막지 못한 것은 무능이고 회원들의 권익을 침해한 것이니 불신임해달라는 의견이 다수였다"며 "언론 대응의 미숙함과 대변인 등의 말실수 등 문제로 회원들이 부끄럽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는 협회의 명예가 훼손될 정도"라고 꼬집었다.

임 회장은 지난 6월 일부 전공의가 모인 온라인 단체 대화방에서 "의협이 전공의 문제에 신경 끄고 손 뗄까요? 그거 바란다면 의협도 더이상 개입하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언급했다. 박 부회장은 지난달 20일 페이스북에 간호법 제정안 공포 사실을 알리는 대한간호협회의 보도자료를 게시하며 "그만 나대세요, 그럴거면 의대를 가셨어야죠"라고 적어 논란을 일으켰다.

다만 임 회장 불신임 안건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발의되지 않았다. 의협 정관은 '회장에 대한 불신임은 선거권이 있는 회원 4분의 1 이상 또는 재적 대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로 성립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선거권이 있는 의협 회원의 4분의 1은 약 1만400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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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