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 90%까지만 하라” 응급처방…강제할 방법은 없다는데

서울시가 9일 전기차 화재 예방 대책으로 ‘충전율 제한’을 꺼내든 것은 전기차 화재에 대한 불안감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시 차원에서는 이 대책을 강제할 방법이 없어 대책이 효과를 내려면 전기차 제조사·소유주의 자발적 참여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 인천 청라국제신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 모습.

소방청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전국 전기차 화재 건수는 187건에 달한다. 이중 16건이 서울에서 발생했다.

전기차 화재 원인으로는 외부 충격, 배터리 결함, 과충전이 꼽힌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전국에 깔린 전기차 충전기의 기능을 당장 조절하는건 무리이기 때문에 불안감을 잠재우고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이같은 조치를 취하는건 적절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충전율은 전기차 제조사와 소유주가 설정할 수 있다. 국내 완성차업체 중 현대차, 기아는 충전율을 스마트폰 앱이나 차량 내 콘솔에서 조정할 수 있다.

다만 제조사나 소유주가 충전율을 설정하는 방안 모두 외부에서 강제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여장권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충전율은 전기차 소유주가 언제든 설정할 수 있지만 자율적 의지에 맡길 수밖에 없어 지속적인 확인·관리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서울시청에서 ‘공동주택 전기차 화재 예방대책’을 발표하고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여장권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우선 1차적으로 90% 제한을 실시하고 향후 협조를 잘 한 공동주택 단지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의 방안을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시는 우선 다음 달 말까지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 개정을 통해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에 90% 이하로 충전을 제한한 전기차만 출입할 수 있도록 권고할 예정이다. 공동주택 관리규약은 다수가 거주하는 공동주택의 주거생활의 질서유지와 입주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공동주택 입주자가 자율적으로 정하는 기본규칙이다.

시는 90% 충전제한 정책의 즉각적인 시행을 위해 개정 이전에도 공동주택에 관련 내용을 먼저 안내해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통해 자체적으로 지하주차장 내 90% 충전제한 차량만 출입을 허용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전기차 충전율 제한 방법은 전기차 제조사의 내구성능·안전 마진 설정, 전기차 소유자의 목표 충전율 설정 등 2가지로 구분된다. 먼저 내구성능·안전 마진은 전기차 제조사에서 출고 때부터 배터리 내구성능 향상 등을 위해 충전 일부 구간(3∼5%)을 사용하지 않고 남겨두는 구간을 말한다. 제조사에서 내구성능·안전 마진을 10%로 설정하면 실제로는 배터리 용량의 90%만 사용할 수 있으나 차량 계기판에는 100% 용량으로 표시된다.

목표 충전율은 전기차 소유주가 직접 차량 내부의 배터리 설정 메뉴에서 90%·80% 등 최대 충전율을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구조다. 다만 목표 충전율의 경우 전기차 소유주가 언제든 설정을 바꿀 수 있어 90% 충전 제한이 적용됐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확인이 어렵다. 시는 전기차 소유주가 요청할 경우 제조사에서 90% 충전 제한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하고, 해당 차량에는 충전 제한 인증서를 발급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다음 달부터 공영주차장 등 공공시설 내 시가 운영하는 급속충전기에 ‘80% 충전 제한’을 시범 적용하고 향후 민간 사업자 급속충전기로 확대할 예정이다. 전기차 제조사들과 주차 중인 차량의 배터리 상태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이상징후가 발생할 경우 즉각 대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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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