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함도 없다”…‘일본도 살해’ 30대 ‘신상 비공개’ 이유는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일본도로 이웃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백모(37)씨가 정신 질환으로 치료받은 기록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 정신 병력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 현재 정신 질환이 없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에 경찰은 백씨가 정신 질환을 앓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현 단계에서 신상공개는 하지 않을 방침이다.


▲ 아파트 이웃 주민에게 일본도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A씨가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백씨에게 정신 병력이 있다고 볼만한 자료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2일 밝혔다. 백씨는 이날 마약 간이시약 검사에서도 음성 반응을 보였다. 경찰은 앞서 백씨가 마약 검사를 거부하자 그의 신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모발과 소변 등을 확보해 확인했다.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정도 의뢰한 상태다.

백씨는 지난 1일 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나오면서 “나는 심신 미약이 아니고, 멀쩡한 정신으로 (범행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의 범행 동기는 나라를 팔아먹은 김건희와 중국 스파이를 처단하기 위한 것”이라며 스파이 등이 중국과 함께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키려 했다는 등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피해자와 유가족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없다며 계속해서 ‘스파이’를 언급했다.


아울러 ‘마약검사를 왜 거부했는가’란 질문에는 “비밀 스파이 때문에 안 했다”, ‘피해자가 미행한다고 생각해서 범행을 저질렀는가’란 질문에 대해서는 “네”라고 짧게 대답했다.

다만 ‘평소에도 도검을 소지했는가’란 질문에는 “아니다”고 부인했다. ‘피해자 유족들에게 할 말 없는가’, ‘직장에서의 불화가 있었던 게 사실인가’란 질문에는 함구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피의자의 정신 질환이 추정되는 상황이나 정신 질환 유무에 대한 진단 등 객관적으로 확인된 자료가 부족하고, 피해자와 피의자가 같은 아파트에 거주해 가족에 대한 2차 가해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감안해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 개최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백 씨는 지난 29일 오후 11시27분쯤 은평구 아파트 단지 앞 정문에서 칼날 80cm, 전체 120cm에 달하는 길이의 일본도를 휘둘러 같은 아파트 주민 40대 남성 B 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 직후 집으로 도주했으나 사건 발생 1시간 만에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백 씨는 전날 경찰 조사에서 범행 동기에 대해 “피해자가 지속해서 자신을 미행하는 스파이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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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