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사건처리 빨라졌다…‘병합수사’로 검거 가능성 ↑
1~5월 2만 6691건 → 3907건으로 병합…“사기범죄 강력 대응”
경찰청이 기존 개별 단건 수사에서 범행 단서를 모아 병합하는 수사로 패러다임을 전환함에 따라 검거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병합수사로 범행 초기부터 신속한 집중수사가 이뤄지게 되면서 조기에 범인 또는 범죄 조직의 실체를 규명·소탕해 추가 피해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총 2만 7862건의 사건을 3935건으로 병합해 피의자 검거 가능성 및 수사 효율성을 제고한 바, 앞으로도 사기범죄에 강력히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그동안 경찰서에서 수사관별로 한정된 정보로 수사를 하다 보니 범인을 특정하거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사건이 장기화하거나 범인을 검거하지 못하고 종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유사한 사건을 접수 관서별로 중복해서 수사하다 보니 업무 부담이 증가하고 사건 처리 지연으로 이어지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에 국가수사본부는 기존의 단건 수사 체계를 전국 사건의 범행 단서를 취합해 분석한 후 시도청 직접수사부서를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수사하는 병합수사 체계로 전환해 대응하고 있다.
이 결과 동일 범인·조직의 사건을 전국 수사관들이 중복수사하는 경우가 줄어드는 효과를 가져왔다.
아울러 형사기동대 등 시도청 직접수사부서를 중심으로 집중수사함에 따라 경찰서의 개별 수사관들의 업무 부담이 감소해 수사 역량을 다른 민생사건 처리에 집중할 수 있어 전체 사건 처리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병합수사를 할 경우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범행의 상습성 등 죄질에 대해 종합적 검토가 가능하고 범행동기와 사실관계 등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 실체적 진실발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수본은 병합수사를 더욱 고도화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6가지 신종 금융범죄에 대해 범행단서를 범죄유형에 맞춰 표준화했다.
6가지 신종 금융범죄는 투자리딩방 사기, 유사수신·불법다단계, 자본시장법 위반, 가상자산특별법 위반, 불법사금융, 연애빙자사기(로맨스스캠)이다.
그리고 이를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입력하면 범행단서를 취합해 분석할 수 있는 기능을 개발했고, 5월에는 사이버사기와 피싱범죄로 적용 대상을 확대했다.
특히 경찰서에서는 사건 접수 때 범행 단서를 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 입력하고, 접수사건의 범행 단서가 타 관서에서 수사 중인 사건에 이용되었는지 검색해 본청·시도청에 집중수사를 건의할 수 있다.
이에 경찰청은 취합된 주요 범행단서별로 연관성을 분석해 동일성이 있는 사건은 시도청 직접수사 부서 위주로 집중수사를 지휘한다.
또한 경찰서 수사관이 집중수사를 건의한 사건은 해당 사건과 전국에서 취합된 사건의 단서를 분석해 동일성이 확인되면 추가로 병합·집중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한편 국수본은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투자리딩사기 등 주요 금융범죄 3063건을 분석한 뒤 78건으로 병합하도록 수사 지휘했고, 사이버사기 2만 3628건을 3829건으로 병합·수사지휘를 했다.
대구 형사기동대가 수사한 ‘골든 트라이앵글(라오스·미얀마·태국 접경지역) 거점 투자사기’ 사건의 경우 전국 각 경찰관서에서 311건을 나누어 중복수사하던 것을 하나의 사건으로 병합했다.
이 결과 조직의 실체와 혐의가 명확해져 단기간에 총책 등 37명을 검거(19명 구속)하고 전원을 범죄단체조직죄로 법률을 적용하는 성과를 올리는 등 그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피싱범죄는 다양한 범행수단을 사용하기 때문에 해외에 거점을 두고 피해자에게 전화하는 조직과 피싱범죄에 사용하는 전화번호·계좌번호 등을 유통하는 조직에 대한 집중수사 필요성을 고려해 조직별로 사건을 병합하는 체제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전국에서 접수된 1171건의 사건을 분석해 28개 조직의 범죄로 분석을 마치고, 각 시도청에 이를 병합해 집중수사도록 지휘했으며, 정기적으로 추가 분석을 통해 동일조직의 범행으로 판단되면 집중수사를 지휘할 예정이다.
시도청 직접수사 부서 수사팀장은 “기존의 일일이 취합하던 방식에서 본청에서 주도적으로 분석·지휘하는 방식으로 바꿔 시도청에서는 수사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며 “시스템 개선으로 검색 기능이 강화되어 수사 중인 사건뿐만 아니라 불송치 결정된 사건도 재기하여 병합할 수 있게 되어 수사할 증거 및 추적 단서가 많아져 실체적 진실발견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선 경찰서 수사관은 “투자리딩사기와 같은 범죄는 난도가 높고, 경찰서에 접수되는 개별 사건으로는 확인되는 범행단서가 한정적이라 해결이 어려워 배당받는 것조차 부담되었던 것이 사실이었다”면서 “이제 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 입력만 꼼꼼히 해놓으면 사건이 병합되어 시도청에서 집중수사를 하게 된다고 하니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우종수 국수본 본부장은 “온라인·비대면·초국경의 특성을 가지는 사기범죄 수사를 위해 이제는 접수한 단서만으로 진행하는 단건수사는 의미가 없고, 다수의 사건으로부터 신속·정확하게 범행 단서를 취합·분석해 공통의 피의자 등을 특정 뒤 집중수사하는 병합수사로 수사의 패러다임을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범행 단서를 병합하여 수사 성과를 낸 수사팀에게는 즉시 특진, 팀 특진 등 과감히 포상하는 한편, 올해 하반기 (가칭) 범행 단서 분석 경진대회 개최를 통해 시도청의 범행 단서 분석 역량을 강화하고 병합수사 활성화를 유도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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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