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추미애 국회의장 사실상 추대… 이재명 일극체제 우려 커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장 선거를 하루 앞두고 사실상 추미애 당선인으로 추대하는 움직임이 일어나면서 원내대표는 물론 당 대표까지 추대로 이어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총선 압승 후 이재명 대표 일극 체제가 더욱 견고해지면서 당내 건전한 경쟁은 사라지고 ‘친명’(친이재명) 추대만 남아 민주주의 후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일 민주당에 따르면 당은 오는 16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선자 총회를 열고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를 선출한다.
애초 의장 후보 등록은 4명이 했지만 주말 사이 조정식·정성호 의원이 친명계 지도부의 설득에 사퇴 입장을 밝히며 6선의 추미애 당선인과 5선의 우원식 의원의 2파전으로 좁혀진 상황이다. 양자 대결이기는 하지만 당내에서는 “명심(이재명 대표 의중)은 어차피 추 당선인 아니냐”는 말이 퍼지면서 사실상 추대 기류가 커지고 있다.
친명계의 의장 후보군 교통 정리 후 정청래 최고위원과 총선 상황실장을 지낸 김민석 의원, 김용민 정책수석부대표 등은 공개적으로 추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강성 친명 조직으로 당 최대 의원 모임으로 격상한 더민주혁신회의와 당내 강경파 의원 모임인 ‘처럼회’ 등도 추 당선인 지지로 사실상 뜻을 모았다.
이 대표의 강성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 역시 이번 국회의장 경선과 관련 ‘추미애 국회의장 추대’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실력 행사에 나섰고, 경쟁자인 우 의원을 향해서 사퇴를 종용하며 문자 테러를 가하고 있다.
전날 민주당 당원은 2만1054명이 추 당선인 지지에 동의했다며 온라인 서명부를 당 지도부에 전달했다. 이들은 “국회의장 지지도를 묻는 모든 여론조사에서 추 당선인은 당원뿐만 아니라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다”며 “이것이 민심이자 당심”이라고 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 견제와 검찰개혁, 언론개혁, 정치개혁, 그리고 가장 시급한 민생 안정을 위한 개혁국회를 이끄는 추미애 국회의장을 바란다”며 “이번 국회의장 선출은 당원과 국민, 민주당 의원과 당선인의 뜻이 일치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금석”이라고 주장했다.
당내에선 ‘보이지 않는 손’ 논란에 대한 공개 비판이 나왔다. 우상호 의원은 전날 CBS 라디오에서 “민주당은 당내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정당”이라고 했다. 우 의원은 “5선, 6선쯤 되는 중진 의원들이 처음부터 나오지 말든가, 나와서 중간에 드롭하는 모양을 보면서 저는 사실 자괴감 같은 게 들었다”며 “만일 이 두 분이 박 원내대표나 혹은 이 대표와 가까운 분들의 어떤 권유를 받아서 중단한 거라면 이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박수현 충남 공주·부여·청양 당선인은 CBS 라디오에서 “국회의장까지 당심, 명심이 개입해서 정리된 건 역대 처음”이라며 “당내 후보를 결정하는 과정이지만 삼권분립의 한 축인 국회의 문제인데, 그렇게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고 비판했다. 박지원 전남 해남·완도·진도 당선인은 BBS 라디오에서 “당심이, 명심이 이런 정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추 후보를 지원한 것도 논란이다. 한 의원은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니라 대놓고 ‘보이는 손’이 개입하고 있다”며 “특히 원내대표단은 추 후보뿐 아니라 정성호·조정식·우원식 의원을 포함한 모든 당 소속 의원들의 대표인데 선거에 개입하는 게 말이 되나”라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이번 의장 선거에 친명계 후보들 표 분산을 막기 위해 처음으로 결선투표제까지 도입했는데, 굳이 후보들을 인위적으로 정리시켜 제도의 취지를 무너뜨렸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의원 상당수는 침묵하고 있다. 당에 쓴소리할 의원들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비이재명(비명)계 의원들은 총선 공천에서 대거 탈락했다. 한 수도권 의원은 “(친명계 주류와 다른 생각을 말하면) ‘수박’(겉은 민주당이지만 속은 국민의힘 성향 정치인을 뜻하는 은어)이라고 할까 봐 말을 못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이러한 분위기 조성에 한몫했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당선인 총회에서 “우리는 한 개개인이 아니라 민주당이라는 정치결사체 구성원”이라며 “당론을 무산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민주당이 ‘개딸 정당’이 된 데 이어 국회마저 ‘개딸 국회’가 될 우려가 있다. 국회의장은 의전 서열 2위이고 야당 당대표는 8위인데 야당 대표가 국회의장을 지목하는 모양새도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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