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법원에 '의대증원' 자료 제출…내주 집행정지 여부 결정
다음 주 중으로 예정된 법원의 ‘의대 증원’ 집행 정지 판단을 앞두고, 정부는 10일 법원이 요구한 자료를 모두 충실하게 제출했다고 밝혔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법에 따라 속기록이 있으면 속기록을 제출하고 그렇지 않은 회의에 대해서는 가지고 있는 모든 자료를 제출하겠다”며 “법원에서 요청한 자료 목록 외에도 설명을 위해 필요한 자료는 충실하게, 가능한 한 많은 자료를 담아서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다.
박 차관은 특히 의료계 등에서 공개를 요구하는 ‘의대 정원 배정심사위원회’(배정심) 위원 명단에 대해서는 “제출 자료에서 실명을 익명 처리하되 의대 교수인지 어디 소속 공무원인지 등을 표기하는 수준으로 정리할 것”이라고 했다.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해 의사 결정에 참여해주신 분을 보호하는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법원이 오는 16일쯤 의대 증원 집행 정지를 인용하면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은 사실상 백지화되고, 반대로 법원이 이를 기각하면 의대 증원이 확정된다. 박 차관은 제출 자료 공개 여부에 대해서는 “재판을 앞두고 자료를 여론에 공개해 여론전을 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판사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재판이 다 끝나고 그런 이유가 없어지면 공개가 가능할지 검토하겠다”고 했다.
재판부가 지난달 30일 심문기일에서 "최초의 (증원) 2천명이라는 숫자는 어떻게 나왔는지, 배분은 조사를 제대로 하고 한 것인지 최초 회의자료·회의록 등을 제출해 달라"고 정부 측에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각계가 참여해 의대증원 문제를 논의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산하 의사인력전문위원회 회의록과 속기록을 제출했다.
교육부의 의대정원 배정위원회는 법정위원회가 아니라 회의록 작성 의무가 없어 주요 내용을 정리한 회의 결과를 냈다.
이미 회의록에 준하는 내용이 일반에 공개됐다고 정부가 주장하는 대한의사협회와의 '의료현안협의체' 관련 자료도 함께 제출됐다.
다만 자료의 구체적인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 자료를 수령할 예정인 신청인 측 대리인인 법무법인 찬종 이병철 변호사는 "반박 준비를 위해 자료 내용은 당분간 공개하지 않겠다"며 "반박 서면을 법원에 제출한 후 내용을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도 "비밀로 할 이유는 없지만 재판 중인 상황에서 공개해 여론전을 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판사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당장 공개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정부 측이 제출한 자료와 기존 제출된 증거, 각종 의견서 등을 종합해 집행정지에 대한 판단을 내리게 된다. 재판부에는 양측의 의견서뿐 아니라 증원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대한의사협회와 의대학장·학생협회·학부모 등의 탄원서도 도착했다.
재판부의 선택지는 집행을 정지하는 '인용', 정지 신청을 물리치는 '기각', 소송 요건이 되지 않는다는 '각하' 세 가지다.
이 사건의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은 '신청인 적격'을 인정할 수 없다며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각하' 결정을 했다.
증원 처분의 직접 상대방은 각 대학의 학장이며, 이 사건의 신청인인 의대생·교수·전공의·수험생은 의대 증원·배정 처분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법률상 이익이 없다는 측면에서다.
하지만 항고심 재판부는 지난달 30일 심문에서 "원고(신청인)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이런 국가의 결정은 사법적으로 심사·통제할 수 있다는 것에 의문이 있다"며 여지를 뒀다.
만일 재판부가 신청인 적격이 있다고 판단한다면, 구체적으로 집행정지가 필요한지 여부를 심리해 인용·기각 결정을 하게 된다.
법리상 집행정지는 '신청인의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발생 우려'와 '공공복리에 대한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를 고려해 판단한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재판부의 요청에 따라 의대 입학정원 증원에 쓰인 자료 제출 등을 준비해 왔다. 다만 이 과정에서 관련 회의록의 존재 유무를 두고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과 대학별 배분 결정의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탄력을 받을 수 있지만 인용될 경우엔 2025학년도는 사실상 증원이 무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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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