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미복귀 전공의 면허정지…5년 후 의대증원 조정 가능성"
전국 의대 교수들이 25일부터 집단 사직서 제출을 예고한 가운데 대통령실은 내년부터 의과대학 증원을 2000명씩 증원키로 한 계획에 변화가 없으며,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 절차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1만명을 증원한 5년 이후에는 필요시 증원 인원을 조정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4일 오전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2035년 의료인력이 1만명 정도 부족한 상황인데 이것을 메우기 위해서는 연간 2000명 정도의 인력 배출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가 내놓은 의대 증원 규모 2000명 조정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성 실장은 “현 의료 상황을 그대로 유지해도 2035년에는 (의사 수가) 1만 명 정도가 부족하다”며 “부족을 메우려면 연간 2000명 배출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5년 정도 이후에 필요하다면 인원에 관해서는 볼 수는 있지만 지금 당장 (증원) 인원을 변경시킬 계획은 없다”고 했다.
성 실장은 "우리나라 의사 수는 한의사를 포함하면 꼴찌에서 두 번째, 한의사를 제외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실제 필요 인원은 3000명 정도로 추산했지만 2000명 정도 수용 가능하면서 현재 의료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성 실장은 내년 의대 학생 정원 대학별 배정 결과에서도 비수도권에 집중 배치해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정부 취지가 반영됐다고 부연했다. 성 실장은 "서울은 OECD 평균 인구 대비 의사 숫자에 근접해 있어 서울은 배정하지 않았다"면서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서울은 3.61명, OECD 평균은 3.7명"이라고 말했다.
사직에 동참하겠다는 의대 교수들이 늘어나며 진료 공백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의대 정원이 4배 규모로 늘어난 충북대 의대에서는 학장단 5명 전원이 보직을 내려놓고 사직서를 던졌다. 순천향대 의대의 경우 전임 교수 155명 중 90명 이상이 25일 이후 사직서를 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교수 10명 중 8명꼴로 사직서 제출 의사를 밝힌 연세대 원주의대는 병원 병상과 병동 축소 운영까지 고려하고 있다. 의대 교수들은 사직서를 내겠다고 한 25일부터 중증·응급 환자 치료를 위해 진료·수술 등 근무시간도 주 52시간으로 줄인다. 다음 달 1일부터는 외래 진료도 최소화하기로 했다.
전공의 면허정치 처분 절차를 정부가 계속하겠다는 방침을 확인한 만큼 26일부터는 하나씩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면허정지와 관련해 ‘사전 통보’를 받은 전공의들이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기한이 25일부터 차례로 끝나기 때문이다. 의견 제출이 없으면 정부가 바로 면허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 다만 26일 면허정지 처분이 가능한 전공의가 소수라 정부는 전공의들이 이달 말까지 복귀할 경우, 면허정지 처분 수위 등을 감경해주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공석인 대한의사협회 회장도 25~26일 치러지는 결선에서 강경파가 선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의료 파국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이번 선거는 향후 의료계의 대정부 투쟁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의협은 제42대 회장 선거 1차 투표에서 임현택 후보가 1만2031표를, 주수호 후보가 9846표를 각각 얻어 1∼2위를 차지했다고 22일 밝혔다.
두 인물 모두 이번 의대 증원 사태 국면에서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해 온 강경파로 알려졌다. 임 후보는 지난 20일 대학별 의대 정원 발표 후 성명을 통해 "의사들은 파시스트적 윤석열 정부로부터 필수의료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며 "이제 더 이상 모든 의사들이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인 주 후보도 후보 토론회에서는 "강력한 리더십을 전제로 한 의사들의 단일 대오가 정부를 상대로 싸울 때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회원들을 이끌 수 있는 그런 회장이 현시점에 가장 필요하다"며 자신이 투쟁의 적임자라고 주장한 바 있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이탈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빅5'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를 비롯해 병원 대부분이 겪고 있는 경영난도 가속화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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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