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따면 그만’… 무적의 의사면허, "이번엔 구제 없다"

정부가 의대 2000명 증원에 반발해 집단행동 중인 전공의 상당수가 제시한 시한까지 복귀하지 않자 행정처분에 돌입하기로 했다.


▲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주최 전국의사총궐기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한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2총괄조정관은 5일 정부세종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대본 회의에서 "어제 미복귀한 전공의 7000여 명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였고, 이들에 대해서 추후 의료법에 따른 행정처분을 이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대규모 면허정지 등 행정·사법 처벌 압박에도 사직서를 낸 전공의들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일 50개 수련병원 현장점검을 통해 미복귀 전공자들을 대상으로 행정처분 절차를 시작했다. 현재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한 전공의는 지난달 29일 기준 7854명이다. 일부 복귀 인원을 제외하면 이번 행정처분을 받는 전공의들은 약 7000명에 이른다.

상당수 전공의가 정부의 엄포에도 꼼짝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번 취득하면 사실상 평생을 가는 의사면허가 가진 위력에 대한 '신뢰'가 있다는 해석이다.

과거 2000년 의약분업 파동 시 집단폐업과 휴업을 주도한 김재정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판결 받고 2006년 의사면허가 취소됐다. 그러나 그는 3년 후 면허를 재취득했다. 이 밖에도 의사들이 집단행동으로 처벌받은 사례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한국 의사면허는 한 번 취득하면 사실상 평생 유지할 수 있는 면허로 평가된다. 과거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당시 집단폐업과 휴업을 주도한 김재정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업무방해 등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고 2006년 의사면허가 취소됐다. 하지만 그는 3년 만인 2009년 면허 재취득에 성공했다.

2020년 7월 문재인 정부는 필수·지역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당정 협의를 거쳐 2022학년도 대입부터 의대 정원을 매년 400명씩 10년간 총 4000명 늘리고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당시 개원의 중심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로 구성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를 주축으로 의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면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휴진율이 60%에 달하자 정부는 수도권을 시작으로 전국 전공의와 전임의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대전협은 회원들에게 휴대전화를 끄고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라며 ‘블랙아웃’(Blackout) 행동 지침으로 강하게 맞섰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대협) 주도로 의대생도 수업과 실습을 거부하며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힘을 보탰다. 의대생 대다수가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 응시를 거부하는 바람에 시험이 한차례 연기됐다. 이후 정부는 시험을 거부한 의대생을 구제하기 위해 의료법 시행령까지 개정하며 시험 기회를 추가로 부여해야 했다.

정부는 의사들의 이런 ‘불패 신화’가 집단행동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보고 ‘불가역적인 면허 취소 조치’를 하기 위해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우선 한 번 취소된 면허 재교부 과정을 까다롭게 만드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복지부는 최근 의료인 면허 취소 이후 재교부에 관한 운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마무리했다. 지금까지는 뚜렷한 재교부 기준이 없었다. 이 때문에 2019년까지만 해도 재교부 비율이 100%였는데, 이제부터는 확실한 기준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의사면허 재교부 권한은 복지부 장관에게 있다.

과거와 달리 선처 없는 처벌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는 점에도 이목이 쏠린다. 현행법에 따르면 의사면허는 1심에서 집행유예 포함 금고 이상 형을 받았을 경우 취소 가능하다. 면허정지 처분을 3번 받은 자의 면허도 취소된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정부는) 면허제도를 통해 공급을 제한하고 면허가 없는 자의 의료행위를 금지해 의사의 경제적 지대를 허용하고 있다”며 “(의사 집단행동은) 환자의 생명과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행위는 부여된 책무를 저버리고 권한을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다. 면허정지 처분은 불가역적이게 이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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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