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 한숨 터져나온 민주당 공관위원장 심사 발표 현장
임혁백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사진)이 23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6차 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한 현장에서 기자들 한숨이 터져나왔다.
컷오프된 의원의 반발에 따른 재심 청구 및 기각 규정, 다면평가 기준 및 평가 내용 열람 가능 여부 등 여러 질문을 던졌는데 제한된 답변으로 인해 의문점을 해소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임 위원장은 이날 서울 강서 지역 등 단수 공천자 및 경선 대상자를 발표했다. 이후 기자들은 임 위원장에게 최근 불거진 공천 잡음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박용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재심이 기각됐다는 통보를 문자로 받았다고 공개하고 “공관위에서 논의도 되기 전에 재심 신청 결과가 나온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관련해 기자는 “재심 기각이 공관위 회의 이후에 결정이 된 건지, 그리고 위원장님 단독 결정인건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이에 임혁백 위원장은 “(재심) 기각은 정당한 절차에 의해서 제가 한 것”이라며 “통보와 기각 모든 처리를 1월 18일 2차 공관위 전체회의에서 위원장에게 위임을 해줬다. 기각의 경우 (제가) 단독 결정해서 공관위 사무국에서 이의신청한 사람에게 통보한다. 절차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임 위원장은 단독 결정해 기각했지만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명확히 밝히지 않으면서 의문을 키웠다. 민주당 관계자는 백브리핑에서 “(의원들이 이의신청한) 문서 소명 내용을 충분히 검토해서 공관위원장이 결정한 것”이라고만 말했다.
원래 받았던 평가내용을 공개하고 기각 사유를 밝히는게 공정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기각에 대한 권한을 위임받았으니 단독 결정 후 통보한 것에 대해 하자가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의정활동 평가 하위 20%에 속한 의원들이 자신의 평가 내용을 열람하도록 요구하면서 열람 가능 여부도 논란으로 떠올랐다. 관련해 임 위원장은 “제가 평가위원회로부터 이의신청과 평가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연락을 받았다. 그래서 이럴 경우 하위 20%에 속하는 일부 의원들이 이의신청을 하고 열람을 하더라도 그것을 공개한다는 것은 당규 위반”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 위원장은 “평가 결과에 관한 당규는 당규 제10호 제75조 열람과 보안에 따라서 일체 열람 및 공개될 수 없게 규정돼 있다는 것을 말씀드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호한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임 위원장이 컷오프 의원에게 평가 내용을 열람할 수 있도록 약속했다는 증언도 나오면서 말을 뒤집었다는 비판도 예상된다.
답변이 충분치 않자 한 기자는 '재심 절차에 따라서라고 했는데 그게 무슨 절차인 건가. (평가 내용) 열람 자체는 가능한 건가'라고 물었지만 답은 동일했다. 그러자 30여 명이 모인 공간에서 소리가 들릴 정도로 한숨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공천에 대한 정확한 설명과 해명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며 임혁백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이 민주당 공천 논란의 한 축으로 지목되고 있다. 임 위원장은 ‘하위 10%’ 박용진 의원 재심 처리 과정에서 공관위원회를 거치지 않아 공관위원들의 내부 반발을 샀다. 이 과정에서 당규를 어겼다는 비판도 나왔다. 임 위원장은 홍익표 원내대표에게 ‘하위 20%’ 평가 내역을 당사자들에게는 공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고 있다.
23일 복수의 공관위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공관위원들은 전날 공관위 회의에서 박 의원 재심 기각 결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한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위원장에게 위임을 한 건 (위원회에서) 결정한 것에 대해 발표하는 권한이다. 내용에 대한 결정권을 위임한 것은 아니다’라는 이의가 있었다”며 “3명 정도의 공관위원이 이의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전날 공관위는 오후 1시쯤 박 의원에게 재심 기각 결정을 전했다. 오후 공관위 회의가 시작하기도 전 시점이다. 공관위원들은 이의제기에 대해 공관위 논의도 없이 위원장이 결정해 통보한데 대해 반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관계자는 “기존의 건까지는 그렇게 (발표한대로) 하는 걸로 하기로 봉합을 했다”며 “이미 진행이 돼서 뒤집는 게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봤다”고 말했다. 향후에는 위원회 논의를 거치기로 정리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전날 박 의원 재심 기각 과정에서 임 위원장이 당규를 어겼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민주당 당규 제10호 ‘공직선거후보자추천및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규정’의 2항을 보면 “공천관리위원회는 신청자에게 소명의 기회를 주고,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의 평가결과 산출 등에 명백한 하자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실시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공관위는 박 의원에게 소명 기회를 주지 않았다. 임 위원장은 전날 박 의원 재심 기각을 발표하기 전 조정식 사무총장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당 관계자는 “공정성을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의원총회 후 임 위원장을 만나 재심을 청구한 의원들이 원하면 세부 평가 내역을 공개해달라고 했고 그러기로 약속도 받았다. 홍 원내대표는 이 과정에서 강하게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재심을 요청한 박 의원은 평가 내역을 듣지 못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임 위원장은 당의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노력하는데, 당무를 잘 모르기 때문에 당 대표나 사무총장, 수석사무부총장의 얘기를 듣고 (다시 안 된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임 위원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그만두셔야 한다. 당 대표가 시키는 대로 다 하는 거 아니냐”며 “어떤 것은(하위 20% 평가) 자기는 전달만 한다고 하고, 어떤 것은(세부 평가 내역) 보여주기로 약속하고 보여주지도 않고 아무런 전략적 판단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훌륭한 학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사람으로서는 적합하지 않고 공정하거나 독립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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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