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계급장 떼고 붙으면 초토화"…中 전기차 차단에 안간힘
“무역장벽이 없다면 중국 전기차가 전 세계 자동차 회사들을 무너뜨릴 것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콘퍼런스콜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렴한 가격에 품질·디자인 경쟁력까지 확보한 중국 전기차와 1 대 1로 맞붙어서 이길 수 있는 자동차 회사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는 얘기였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초 연간 200만대 판매 돌파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반복되는 가격 인하 조처에도 기대치에 도달하지 못했다.
반면 중국 선전에 기반을 둔 BYD는 지난해 전기차 160만대를 판매하며 테슬라를 바짝 추격했다. 하이브리드 모델까지 포함하면 판매 대수는 300만대를 넘어 테슬라를 오히려 따돌렸다.
BYD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가격'이다. 전기차뿐 아니라 핵심 부품이자 가장 비싼 부품인 배터리도 자체 생산하면서, BYD는 많은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테슬라 등 다른 전기차 업체 대부분은 배터리를 외부 업체들에 의존하고 있다.
영국 금융서비스 회사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의 수잔나 스트리터 총괄은 BBC에 "BYD가 빠른 속도로 선두로 치고 나가는 것은 전기차 시장이 얼마나 경쟁이 치열한지 보여주는 새 증거"라며 "테슬라가 다시 선두로 올라서기는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전기차 업체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은 거대한 자국 시장이다. 2013년만 해도 1만8000대 규모였던 중국 신에너지차(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시장은 코로나 대유행 기간에 연 700만대로 성장했다.
중국은 신에너지 차량 수출도 늘리고 있다. 2022년 68만대였던 신에너지 차량 수출은 지난해 1~9월 기간에만 83만대로 늘었다. 이 같은 수출 증가에는 배터리·소재를 중심으로 한 가격 경쟁력이 큰 영향을 차지한다.
세계 주요국이 앞다퉈 ‘중국발(發) 전기차 공습’을 막기 위해 다양한 무역장벽을 신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장 강력한 ‘방어막’을 설치한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작년 말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하는 관세율을 25%에서 27.5%로 끌어올렸다. 여기에 미국에서 만들지 않은 배터리와 전기차 등에 보조금을 주지 않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중국 전기차의 미국 영토 진입을 이중으로 막고 있다.
우리 정부도 동참했다. 지난 6일 공개한 올해 전기차 구매 국가보조금 개편안을 통해 중국 전기차 침투를 견제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한 번 충전으로 갈 수 있는 주행거리가 짧고 배터리 재활용이 안 되면 보조금을 확 깎기로 했는데, 중국 전기차가 여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중국 전기차들이 이제 막 상륙하기 시작한 유럽은 탄소중립산업법(NZIA)으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진입장벽을 세웠다. ‘유럽판 IRA’로 불리는 NZIA에는 보조금 정책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 등의 유럽 생산 비중을 2030년까지 40%로 끌어올리는 내용이 담겼다.
중국도 맞대응을 예고했다. 중국 상무부 등 9개 부처는 7일 “중국 전기차가 해외에서 각종 무역제한 조치를 당하는 것에 대해 중앙정부가 직접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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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