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드는 미분양 공포…"추가 대응 필요해" 불안감 확산
지난해 2월 이후 감소세를 보이던 미분양 주택 수가 10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며,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도 1만 가구를 넘어섰다.
정부는 지방 미분양 아파트 매입 시 주택 수 제외하고, 미분양 주택 공공 매입하는 등의 혜택을 담은 1·10대책을 발표하며, 불안 요소를 잠재우려 하고 있으나 현장에선 이마저도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12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전월(5만7925가구) 대비 7.9%(4564가구) 증가한 6만2489가구로 조사됐다.
월간 기준 미분양 주택이 증가한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수도권은 1만31가구로 전월(6998가구) 대비 43.3%(3033가구) 증가했다.
악성 미분양이라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전국 1만857가구로 전월(1만465가구) 보다 3.7%(392가구) 늘었다. 2022년 동월(7518가구)과 비교해도 3339가구 급증했다. 수도권에서는 인천이 617가구로 전월(619가구)보다 2가구 줄어든 반면 서울은 461가구로 전월(401가구)보다 60가구(15%) 늘었다.
수도권에서 급증한 미분양은 높은 분양가로 인한 계약 포기가 속출한 탓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민간아파트 분양가는 ㎡당 526만원으로 전년동월(468만원) 대비 57만원 올랐다. 같은 기간 수도권은 ㎡당 737만원으로 1년 만에 95만원 올랐고 서울은 1059만원으로 1년 만에 156만원 급등했다.
지난해 10월 분양한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이문 아이파크 자이는 787가구 모집에 1만3992건의 청약이 이뤄졌지만 계약 포기자가 늘어나면서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바 있다. 단지 분양가는 3.3㎡(1평)당 평균 3550만원으로, 바로 앞서 분양한 인근 단지인 휘경 디센시아(2930만원)와 래미안 라그란데(3285만원)보다 높았다. 무순위 청약으로 이어진 배경에 분양가라는 변수가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지난해 9월 청약을 진행한 서울 동작구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도 771가구 중 92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단지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13억5000만~14억 수준으로 상도두산위브트레지움 2차, 상도더샵2차 등 인근 단지 시세보다 비싸게 책정됐다.
이에 더해 9월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이 중단된 것도 미분양 증가 원인으로 꼽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790건(신고일 기준)으로 작년 11월(2417건)에 비해 25.9% 감소했다.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이 중단된 9월(3845건)과 비교하면 2000건 이상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만큼 올해도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미분양이 증가세를 보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대출규제와 분양가 상승, 고금리 장기화 등 악조건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지난 3일 발표한 1월 아파트분양전망지수에 따르면 1월 전국 아파트분양전망지수는 69.9로 5개월 연속 기준선인 100 아래에 머물렀다. 분양전망지수는 주택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수치화한 지표다.
수도권은 서울이 90.5에서 82.5로 8포인트 하락했고 인천이 73.3에서 62.1로 11.2포인트 떨어졌다. 경기는 지난달 71.8에서 3.9p 상승한 75.7을 기록했지만 3개월째 기준선(100)을 하회했다. 수도권에서도 매수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분양전망지수 차이는 지난 11월 26.0포인트 차이에서 1월 4.3p로 줄었다.
정부는 1.10 대책을 통해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전용 85㎡·6억원 이하)을 최초 구입할 경우 해당 주택은 세제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하고, 미분양 주택울 공공 매입하는 등 미분양 관리 방안을 내놨지만 업계에선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미분양이 해소되거나 하질 않는다. 추가적인 정책이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분양은 PF 부실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인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설명한다. 미분양이 준공 후에도 팔리질 않는다면 자금 회수가 되질 않아 채무를 상환하질 못하고, 타 사업장에 융통도 막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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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