뺏긴 PK 텃밭, 尹 이긴 서울 지역...與, 총선서 탈환 작전
국민의힘은 최근 ‘낙동강 벨트’에 서병수·김태호·조해진 의원 등 당 중진 의원을 전략 배치했다. 이에 앞서 서울 ‘한강 벨트’를 비롯해 수도권에서도 중진이나 상징성 있는 인물들이 공천 신청을 했다.
이 중 상당수 지역은 지난 2022년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이긴 지역구이다. 서울 25개구를 기준으로 보면, 종로·중구·용산·성동·광진·동대문·마포·양천·영등포·동작·서초·강남·송파·강동 등 14개구에서 윤 대통령이 이겼다. 이른바 ‘한강 벨트’라 불리는 구에서 다 이긴 셈이다.
4·10 총선을 60여일 앞두고 국민의힘이 영입 인재부터 5선 중진까지 험지로 차출해 더불어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는 '한강-낙동강-수원' 3개 벨트 탈환에 나서고 있다. 3개 벨트는 총선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핵심 승부처로 꼽힌다. 이에 여당은 중량감 있는 중진 의원과 참신하고 전문성이 높은 영입인재를 3개 벨트에 투입해 진검승부를 벌이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는 것이다. 여당의 헌신 요청을 받은 중진들이 잇따라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야당 의원을 겨냥한 '자객 공천'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최근 민주당 현역 의원이 자리잡은 지역구에 잇따라 공격수를 배치하며 '탈환 전략'의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서울 '한강벨트'가 대표적이다. 특히 중·성동의 경우 공천 접수를 받기 전부터 잇따라 중량감 있는 인물을 배치하며 탈환 의지를 일찌감치 피력했다.
하태경 의원은 3선을 지낸 부산을 떠나 서울 중·성동을 출마를 선언했다. 박성준 민주당 의원이 재선을 노리는 지역이다. 그는 출마 선언 보름 전 당으로부터 "한강벨트가 우리 당의 전략지역"이라며 지역구 조정을 요청받았다고 했다.
중·성동갑에는 경제통으로 불리는 윤희숙 전 의원이 배치됐다. 보수 진영이 총선 세 번을 연달아 패한 대표적 험지로, 이번 총선에서는 임종석 전 문재인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이 맞상대로 점쳐진다. 여당은 '경제전문가 대 운동권' 구도를 부각하며 윤 전 의원에 힘을 싣고 있다.
윤 전 의원도 "수도권 선거에 역할을 해달라는 당의 요구가 있었다"며 출마 배경을 밝혔다.
또 다른 한강벨트 험지인 마포갑에는 시대전환 이적생인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공격수로 출전한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이 세 번을 내리 승리해 진보세가 강한 지역이다. 같은 당 이용호·최승재 의원도 이 지역 출마 의사를 밝혔으나, 당 차원에서 조정훈 의원으로 교통정리를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은 영등포을에 몸을 던졌다. 이곳 역시 지난 세 번의 총선에서 보수 진영이 모두 패배한 험지다. 박 전 장관은 앞서 분당을 출마 의사를 밝혔으나, "살신성인하라는 당 지도부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당의 험지 출마 요청은 공천 접수 후에도 이어졌다.
부산·경남 '낙동강 벨트'가 대표적이다. 5선 서병수, 3선 김태호·조해진 의원이 험지 출마 요청을 받았고 지금까지 서병수·김태호 의원이 이를 수락했다. 가장 늦게 요청을 받은 조해진 의원은 숙고 중이다.
부산·경남은 보수 텃밭이란 인식이 있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재선 혹은 3선에 성공한 낙동강 벨트는 사정이 다르다.
서병수 의원이 차출된 부산 북·강서갑은 전재수 민주당 의원의 재선 지역구이며, 김태호 의원이 배치된 경남 양산을은 김두관 민주당 의원의 재선 지역구다.
조해진 의원은 경남 김해갑 또는 김해을 출마 요청을 받았는데, 김해갑은 민홍철 민주당 의원이 3선, 김해을은 김정호 민주당 의원이 재선에 성공한 진보 우세 지역구다.
‘낙동강 벨트’ 중 민주당에 뺏긴 지역도 여당으로선 탈환을 목표로 하는 곳들이다. 부산은 지난 대선 때 16개 구·군에서 모두 윤 대통령 득표율이 이 대표를 앞섰다. 이중 북·강서갑, 남구을, 사하갑이 민주당이다. 이에 당은 부산시장 출신 5선 서병수 의원을 북·강서갑에 배치했다.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갑·을과 양산을도 민주당 지역구이다. 김해·양산 역시 윤 대통령이 이 대표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곳이다. 양산갑은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이 3선인데 주변에 민주당 의원 지역구가 많다. 이에 당은 김해에 3선 조해진 의원, 양산을에 경남지사 출신 4선 김태호 의원을 전략 배치했다. 김 의원은 양산을 출마를 수락했고, 조 의원은 조만간 수락 발표를 할 전망이다.
다만, 당 내부에선 ‘낙관론’은 많지 않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의 지역 조직력이 강해서 우리가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공천을 잡음 없이 잘 하고, 민생 정책을 계속 추진해서 뺏긴 지역구 중 일부를 탈환해야 한다는 내부 공감대가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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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