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앞에서 담배 피고 침 뱉고…‘어린이공원’ 빼앗은 나쁜 어른들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 어린이공원에 2살 딸과 함께 나간 40대 A씨는 담배연기를 맡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최근에는 닭꼬치를 판매하는 차량이 어린이공원 옆에 차량을 주차해 놓고 장비를 세척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A씨는 “인근 어린이집에서도 아이들이 주기적으로 찾는 공원인데 아무렇지 않게 흡연을 하는 이들이 너무 많다”며 “공원 옆에 주차를 해놓고 오랫동안 공회전을 하는 등 아이를 데리고 오랫동안 머물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토로했다.


▲ 한 어린이공원 안에서 성인이 흡연 하는 모습

고양시 덕양구 주택가에 위치한 한 어린이공원에는 공원 외부부터 내부까지 담배꽁초와 쓰레기들이 버려져있었다. 노인 다섯여 명만 모여 소일 중이었는데, 이들 중 한 명은 공원 내부에서 흡연 중이었다. 이 공원 안내판에는 금연·금주공원이라고 명시돼있었다.

서울 신당동에 위치한 한 어린이공원에는 공원 입구에서부터 흡연 중인 성인을 목격할 수 있었다. 아예 흡연을 하면서 공원 주위를 걷는 사람도 있었다. 이 흡연자에게 어린이공원 인근이라고 알리자 “알게 뭔가, 동네사람들 다 머무는 공원”이라며 되려 불쾌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 공원 외부의 사방으로는 담뱃갑, 꽁초 등이 무단 투기돼 있었고 다른 쓰레기들도 널브러져 있었다.


서울시내 어린이공원은 ‘서울특별시 간접흡연피해방지 조례 제5조 및 제10조’에 의거 금연공원으로 지정돼 있으며, 인근 10m까지 모두 금연구역이다. 어린이공원 내에서 흡연하다 적발되면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노인들의 쉼터가 돼버린 일부 어린이공원은 단속 자체가 느슨해 보였다.
인근 파출소 관계자는 “해당 공원에 노숙자, 주취자 신고가 자주 들어온다”면서도 “흡연 단속은 지자체 소관이라 경찰은 적발 시 계도 정도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자체는 인력 제한으로 흡연 단속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평소 민원이 많이 들어오는 곳을 집중 순찰하지만 인력에 한계가 있다”며 “명동, 소공동, 회현동 등 고층빌딩이 많은 곳의 회사원분들이 많이 펴 어린이공원보다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어린이공원은 전국적으로 약 1만여개(2021년 기준 9433개)에 달한다. 서울시 최신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서울시내 어린이공원수만 1248곳에 달하지만 흡연 등 문제는 전국 각지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는 “아이들 놀이터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을 봤지만 참았다”며 “금연구역에서 버젓이 흡연하는 사람들 단속해주면 좋겠다”는 내용의 불만 글이 다수 올라오는 실정이다.

이밖에 어린이공원으로 이용하기 어려워 보이는 곳들도 있었다. 시청역 인근에 위치한 공원 두 곳은 흡연자나 투기된 쓰레기는 없었지만 도심 한복판에 있어 점심시간 이동하는 직장인들로 붐볐고 어린이는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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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