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의원 정수 이어 세비도 ‘축소’ 주장…다만 “개인 생각”이라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국회의원 세비를 국민 중위소득 수준으로 낮추자고 제안했다. 정치 개혁 구호의 일환이나 실상 정치 혐오 여론에 기댄 주장이란 비판이 야당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에는 국회의원 정수 축소를 공약했다.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서울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국회의원 세비 삭감을 제안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던 중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하는 직역이기 때문에 상징적으로 우리 국민들의 중위소득에 해당하는 정도 액수를 세비로 받는 것이 어떤가 하는 생각을 예전부터 해왔다”고 말했다.

‘2024년 국회의원 수당 등 지급기준’에 따르면 올해 의원 연봉은 2023년보다 1.7% 오른 약 1억5700만원으로 4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에 맞추려면 절반 이상(56%)을 삭감해야 한다. 한 위원장은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이고, 단순한 고위공직자가 아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 임무와 영예에 걸맞은 세비가 지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는 한 위원장이 거듭 주장하는 정치 개혁의 일환이다. 한 위원장은 앞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금고형 이상 확정시 재판 기간 세비 반납, 당 귀책에 따른 보궐선거 시 무공천 방침 등을 정치개혁 공약으로 발표한 바 있다. 지난 1월16일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승리해 국회의원 수를 300명에서 250명으로 줄이는 법 개정을 제일 먼저 발의하고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세비 삭감이 처음 나온 주장은 아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2019년 국회의원 세비를 최저임금의 5배 이내로 제한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당시 심 의원 분석에 따르면 의원 세비는 최저임금의 7.25배 수준이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의원 세비 삭감, 보좌 인력 및 예산 동결을 함께 주장했다.

다만 이들 주장은 의원 정수 확대를 위한 대국민 설득 차원에서 제기된 것이었다. 한 위원장처럼 의원 정수를 축소하는 동시에 개별 의원에게 주어지는 보좌 인력, 세비 등을 함께 줄이자는 주장은 기존에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해 선거제 개편 공론조사에 참여한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그해 6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보고에서 “정치학자 10명을 붙잡고 국회의원 정수를 물어보면 10명 중에 9~10명은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게 맞다고 답변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 위원장 주장에 대해 국회 비판 여론에 기댄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한 위원장 주장에 대해 “막 던지는 것 없는지 한번 돌아보길 바란다”며 “이제 한 위원장도 여의도화 되신 거냐”고 비판했다. ‘여의도 문법’을 비판한 한 위원장의 과거 발언을 비꼰 것이다. 윤 원내대변인은 “제안만 하지 말고 구체적 안을 제시해야 여야가 합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 의원들이 전폭 동의할지 여부도 미지수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세비 축소 시) 보좌진보다도 월급이 줄어든다”며 난감해 했다.

한 위원장은 다만 “이(세비) 문제는 지금까지 우리가 냈던 정치 개혁과는 조금 다르게 아직은 제 개인 생각”이라며 “당내 의견을 수렴한 문제는 아니다”라고 의미를 한정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당의 공식 입장이라면 원내대표와 협의하고 의원들 의견을 모았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의원총회에서도 의견이 수렴될 수 있고 여야 간 협의도 필요하다. 그 다음 국민, 관련 시민 단체 등 의견도 다양하게 수렴될 필요가 있는 (안)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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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