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 습격범, 이태원·경복궁 낙서범·이재명 지지 모임 찾아갔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을 공격한 중학생이 과거 이태원 참사 현장과 경복궁 낙서 모방범 구속심사 때 각각 뉴스 카메라에 포착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법원 출석 때에도 자신의 영상을 찍어 주변에 공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이 범행 동기 등 실체 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간 사회적으로 관심이 집중된 이슈 현장에 수차례 참여했던 피의자가 ‘비뚤어진 인정욕구’로서 유명 정치인에 대한 폭력적인 행동을 보였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8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중학생 ㄱ(14)군이 저지른 범행의 계획성 및 공범·배후 등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ㄱ군의 휴대전화 메시지와 소셜미디어(SNS) 내용, 병원 진료, 학교 생활기록 등을 살피며 진술의 사실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ㄱ군이 2~3주 전부터 범행 장소에 나타났다는 목격자 진술도 있지만, 계획 범죄라 판단할 결정적인 단서 및 공범·배후와 관련된 증거도 현재까지 파악되지 않았다.
지난 25일 오후 5시20분께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건물에서 ㄱ군은 배 의원에게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죠?’라고 확인한 뒤, 주머니에 있던 돌로 배 의원을 10여차례 내려친 뒤 현장에서 체포됐다. 피의자는 범행 직후 경찰 조사에서 해당 미용실에 ‘연예인 보러 갔다가 저지른 우발적 범행’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난 27일 미용실 쪽은 한겨레에 “배현진 외에 유명인이 다니지 않는 곳”이라고 밝혔다. 범행 직후 ㄱ군을 붙잡은 건물 관리인은 “(ㄱ군이) ‘저 안 도망가니까 체포하세요’라고 했다”고 전했다.
ㄱ군 주변 진술 등을 종합하면, ㄱ군은 지난달 이재명 대표의 법원 출석 때 지지자들 사이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같은 학교 학생들이 있는 단체 채팅방에 공유했다고 한다. 2022년 이태원 참사 때에도 현장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과 지난달 경복궁 낙서 모방범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참여했을 때 지갑을 던지는 행동이 각각 방송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ㄱ군 행동을 정신질환 증상 자체에서 비롯됐다기보다 청소년기 특성 및 개인 성향, 외부 자극 등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봤다. ㄱ군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및 조울증 병력 등으로 전문의 소견을 받아 현재 응급입원된 상태다. 임명호 단국대 교수(심리학)는 “이재명 지지 모임에 가고, 경복궁 낙서범 구속심사 현장에서 접점을 만드는 적극적인 행동이 이번 폭력적인 행동과 연결됐을 것”이라며 “학교에서 있던 문제 행동이 확장되는 과정에서 외부가 타깃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유명 정치인을 공격해 인정받는다는 심리적 욕구, 사회정의를 실천했다는 만족감을 위해 행동을 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외부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으로는 보이지만, 정작 정치적 주장을 하는 언어는 없다”며 “피의자에게 지갑을 던지거나, 정치인 집회에 참여하는 등 청소년기 특유의 돌발적이고 예측하기 어려운 행동이 폭력 행위로도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주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와 우울증 등 정신병력 때문에 범죄를 저질렀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정치인에 대한 피해·과대망상 등이 있는지 구체적인 검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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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