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후송 뒤, ‘난 왜 원하는 곳에 무료 119이용 안되나’ 항의 늘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피습 후 의료대응에 관한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다. 응급의료 현장에서는 이 대표 사건 이후 의료진을 상대로 “나는 왜 원하는 병원으로 무료 119 이송이 안되느냐”는 항의가 늘어났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역 의료계에서는 민주당 대응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 임현택(왼쪽)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과 변성윤 평택시의사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헬기 이송과 관련한 고발장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8일 “응급의료 체계는 환자 본인이 원하는 대로 다 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고, 어느 나라에도 그런 경우는 없다”며 “지난주 이런 일(이 대표 피습과 후송)이 있고나서 환자들이 본인이 원하는 병원으로 119 무료 이송을 요청하는 일이 있었다는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역에서 응급 치료가 충분히 가능한데도 서울 대형병원이나 연고지의 병원으로 가고 싶어 하는 요구는 항상 있었다”면서도 “그런데 ‘누구는 꼭 필요한 것 같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원하는 대로 되더라’ 이런 메시지가 나가다보니 환자들의 분노지수가 올라가고, 안 되는 것에 대한 불만을 의료진한테 투사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전엔 환자들이 불평하고 말았을 일을, 이제는 환자와 의료진이 싸우는 식으로 (갈등) 강도가 세졌다”고 했다.

이 회장은 “치료든 병원 간 이송이든 이런 판단 자체는 의료인이 하는 것”이라며 “응급의료는 모두에게 동일하게 제공돼야 하고, 그러려면 환자들이 의료진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병원 간 이송은 보통 해당 의료기관의 능력으로 응급환자를 적절히 치료할 수 없다고 판단할 경우 이뤄진다. 전원(轉院)시에도 환자는 자차를 이용하거나 본인이 비용을 부담해 사설 구급차를 이용해야 한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부산에서 60대 남성으로부터 피습을 당한 뒤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서 간단한 응급처치를 받았다. 이후 이 대표 가족의 요청에 따라 소방 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2시간 가량 혈전제거를 포함한 혈관재건술을 받았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도 ‘서울로 이재명처럼 전원간다고 구급차 불러달라는 환자 설득 힘들다’는 제목의 글이 지난 4일 올라왔다. 의사라고 밝힌 이 작성자는 “급성 담낭염으로 수술하는 환자가 서울 병원으로 가길 원해서 전원 의뢰서를 써줬는데, 환자가 119구급차를 불러달라고 해 안 된다고 설득하느라 진이 빠졌다”고 했다. 이어 “이재명이 참 안 좋은 선례를 남겨 한동안 서울로 전원 구급차 보내달라는 사람들 설득할 생각하니 한숨만 나온다”고 적었다.


사건이 발생한 부산의사회 성명(4일)에 이어, 다른 지역 의사회의 비판 성명도 잇따르고 있다.

이 대표가 시장을 지냈던 성남시에서는 성남시의사회가 8일 성명을 냈다. 이들은 성명에서 “지역의사제라는 포퓰리즘 정책을 내놓은 그 당 대표가 지역·권역 거점병원에서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야당 대표로서의 특권을 이용해 부산에 2대밖에 없는 응급헬기를 이용해 서울대병원으로 이동했다”라며 “연고지로의 이송이 목적이었다면 이 대표 본인이 성남시장 시절 헬기장까지 갖춘 성남시의료원으로 이송을 요구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같은날 울산시의사회도 성명서를 내고 “몰락 중인 지방의료를 되살린다는 미명 하에 법안은 날치기 통과시켜놓고 막상 본인이 응급환자가 됐을 때 보여준 행동은 ‘내로남불’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했다.

6일에는 강원도의사회가 성명을 내고 “민주당 지도부 지역의료체계를 무시하고 의료전달체계를 짓밟아버렸다”고 했으며, 광주광역시의사회는 “부산대병원 의료진의 만류에도 이 대표를 119 구급 헬기를 이용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한 건 전형적인 특권의식에 몰입된 행동”이라고 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이재명 대표를 업무 방해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 이 대표의 헬기 이송으로 부산대병원과 서울대병원, 양쪽 모두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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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