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신당, 출범부터 동력 상실... 최측근 국힘 잔류 선언 이어 한동훈 출격까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예고한 신당 창당의 날이 밝았다. 다만 그 움직임이 전만큼 활발하지는 못하다. 이른바 친(親)이준석계로 불린 인사의 이탈로 구심력을 잃었고, 여론은 ‘한동훈 비대위’ 행보에만 집중하면서 이 전 대표의 거취에 대한 관심이 다소 식었다. 이 전 대표 최측근인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당 잔류를 선언한 가운데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출범이 공식화되자 타격을 받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동력이 사라진 ‘이준석 신당’의 성공 여부는 더욱 불투명한 것으로 전망한다.
27일 이 전 대표는 예고한 대로 국민의힘 탈당·신당 창당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기자회견 장소는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갈빗집이다. 당초 이 전 대표는 27일 오전 11시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탈당을 선언할 예정이었지만, 오후 3시 자신의 지역구였던 서울 노원병 내 상계동에서 회견을 열기로 결정했다. 본인이 자란 곳에서의 ‘탈당 선언’으로 상징성을 부여하고자 한 행보로 보이는 대목이다.
국민의힘은 이 전 대표의 탈당·신당 창당설이 전만큼 파급력이 있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준석 신당’이 내년 총선에서 상당한 파급력을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던 지난달 초 판단과는 180도 달라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30%대 박스권에 갇힌 상황에서 여야 박빙 대결이 예상되는 수도권·부산 등 접전 지역에서 ‘이준석 신당’이 의석 확보는 못해도 일명 ‘국민의힘 흔들기’는 가능할 것으로 봤지만, 동력 잃은 ‘이준석 신당’은 그리 위협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이준석 신당 창당 움직임은 다소 멈춘 상태다. 이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을 중심으로 신당 창당 합류 움직임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은 탓이다. 오히려 국민의힘 잔류 선언이 먼저 나왔다. 이준석 대표 체제하에 지도부를 지냈던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25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저는 당내에서 혁신을 하고 당내에 남는 게 저를 최고위원으로 뽑아준 당과 당원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당의 다양성을 제 스스로 한 번 증명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지지층에 등을 돌리는 선택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 이기인 경기도의원 등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참석 때문에 회견은 함께하지 못할 예정이다. ‘당 잔류 선언’을 한 김 전 최고위원은 불참한다.
여기에 전날 본격적으로 닻을 올린 ‘한동훈 비대위’ 행보에 이목이 쏠리면서 ‘이준석 신당’을 둘러싼 관심은 급속히 식은 상황이다. 더구나 이 전 대표와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대내외적인 이미지나 지지층이 다소 겹치는 만큼, 이 전 대표만이 ‘총선에서 청년층·수도권에 어필할 수 있는 카드’가 아니라는 목소리도 당내에서 제기됐다. 한 위원장이라는 대안이 생겼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이 전 대표의 라디오 발언이나 인터뷰를 보면 한 위원장을 견제하는 말들이 많은 편이다. 본인만 할 수 있는 역할을 한 위원장이 대체할까 봐 불안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이는 이유”라며 “이 전 대표가 27일을 ‘디데이’로 예고를 하고 일을 크게 벌이면서 자충수가 된 것 같다. 이젠 당으로 다시 들어오기엔 너무 먼 길을 떠났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그간 대통령실·친윤·중진과 대립각을 세워왔고, 이낙연·금태섭·양향자 등과의 ‘제3지대 연대’ 등 정치 공간을 확보하는 행보를 이어왔다. 특히 이 전 대표가 당에 요구한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해병대 사망사건 특검 ▲이태원 참사 유족 면담에 대한 입장과 수직적 당정관계 정상화 등 당 운영 방향에 대해 여전히 당의 응답은 없기 때문에 그가 국민의힘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더욱 희박하다.
여기에 한 위원장도 이 전 대표와의 만남 가능성은 열어뒀지만 지금 당장 만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전날 수락 연설 및 취임식을 마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전 대표의 탈당·신당 창당에 대해 만류나 회동 계획에 대해 “지금 단계에서 어떤 특정한 분들을 전제로 해서 만나는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면서도 “다양한 생각을 가진 많은 분들을 진영과 상관없이 만나고 경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선하고 혁신적인 이미지의 ‘이준석 신당’을 한 달간 묵힌 채 이미지만 소모한 게 패착이었다고 본다. 한때 새로웠던 행보가 그보다 더 새로운 발언이나 상황이 나오면 자연스레 잊혀졌다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준석 전 대표의 상황이 참 애매해졌다”며 “정치인이 말한 게 있으니 신당을 만들긴 해야 하겠고, 그렇다고 본인과 함께하는 사람들 중에 거물급 정치 인사가 있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본인 최측근까지 창당에 합류하지 않겠다고 빠졌으니 난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신당 창당 동력은 전부 빠진 상태에서 신당 창당 얘기를 너무 많은 곳에서 오랫동안 소비했다. 그 와중에 본인과 포지션이 겹치는 한동훈 위원장이 당에 들어오면서 다시 돌아갈 자리도 사라졌다”며 “더 이상 위협도 되지 않는데 당 차원에서 이 전 대표를 다시 데려오기 위해 굳이 어르고 달래서 손을 잡을 명분도 없는 셈”이라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실에서는 이준석 전 대표의 팬덤이나 지지층을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어느 정도 흡수할 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 안에서나 전(前) 대표 역할로 행보에 관심을 받았던 것이지, 큰 당을 나와서 신당을 차려도 그간의 역할 이상은 하기 힘들다. 그야말로 거대한 ‘태풍의 눈’에 있다가 점점 이탈하면서 소멸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