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의사도 대학 간판 중요"…의대 열풍에도 지방대 의대는 운다
지난해 지방대 의약학 계열(의대·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 21곳이 정원을 채우지 못해 추가모집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복합격자가 수도권 의대로 빠지면서 결원이 발생한 것이라는 게 교육계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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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모집 의약학 계열 24곳 중 21곳 지방대
5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3학년도 입시에서 추가모집을 한 의약학 계열 대학은 모두 24곳(30명)이며 이 중 21곳이 지방대였다. 추가모집은 수시와 정시 모집 후에도 정원이 채워지지 않은 대학이 추가로 원서를 받아 실시하는 전형이다. 추가모집을 한 의대(4개), 치대(2개), 한의대(4개), 수의대(3개)는 모두 지방 소재 대학이었고 약대는 11개 대학 중 8곳이 지방대였다.
의대 4곳은 가톨릭관동대, 단국대(천안), 경상국립대, 동국대(WISE), 치대 2곳은 조선대와 경북대, 한의대 4곳은 상지대, 동국대(WISE), 대전대, 우석대였다. 수의대 3곳은 전남대, 제주대, 경상국립대였다. 약대는 충북대, 경성대, 제주대, 경상국립대, 부산대, 인제대, 우석대, 순천대 등 8곳이었다.
경쟁이 치열한 의약학 계열에서도 결원이 발생하는 이유는 중복합격자의 이탈 때문이다. 수시모집은 총 6개 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데 “수도권과 지방 의대에 동시에 합격할 경우 수도권 대학을 선택한다”는 게 입시업계 중론이다. 3곳에 지원할 수 있는 정시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한다. 정해진 수시·정시모집 기간 내 추가 합격생을 뽑지 못하면 1~2명의 결원이 나오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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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중도이탈 77%가 지방대…“돈 더 줘도 서울 간다”
의대 내 수도권 쏠림 현상은 입시 경쟁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24학년도 수시에서 지역 의대 27곳의 평균 경쟁률은 18.5대 1로 최근 5년 중 처음으로 20대1을 하회했다. 반면 수도권 의대는 61.3대 1로 같은 기간 내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입학 후에도 수도권 재진입을 위한 연쇄 이동은 계속되는 양상이다. 2022학년도 기준 39개 의대에선 미등록, 자퇴 등 중도탈락자 179명이 발생했는데 이 중 139명(77.7%)이 지방대 재학생이었다.
지역 고교를 졸업한 한 수도권 병원 의사는 “모든 인프라가 서울에 집중돼있기 때문에 인재도 서울에 몰리는 현상에 의학계에서도 발생하는 것”이라며 “지역 병원의 보수가 더 높은데도 서울로 오겠다는 의사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경상도의 한 의대 교수는 “과거엔 자격증만 있으면 되니까 대학이 크게 중요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의사도 개업이나 취업할 때 대학 간판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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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과 지역 격차 더 커질 수도”
정부는 이런 쏠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지역의 ‘미니 의대’를 중심으로 정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지역인재 전형 등 지역 출신 학생을 선발해 지역 의대를 졸업하고, 수련 후 지역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달라진 선발 방식이 수도권 쏠림을 막고 격차를 좁힐 것인지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지역인재전형의 경우 2028학년도부터 ‘비수도권 중학교 및 해당 지역 고등학교 전 교육과정 이수·졸업자’로 자격 요건이 강화되는 전형 비율이 늘기 때문에 자칫 지방 의대 경쟁력이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북의 한 의대 지역인재전형 합격선은 288.9점(국·수·탐 환산점수)으로 의대 일반전형 합격선(294.6점)보다 5.7점 낮았다. 대부분 의대가 지역인재전형의 합격선이 낮고, 경쟁률도 낮은 편이다. 지방의 한 의대 교수는 “지방 의대에 대한 평판이 낮아질수록 수도권 의사·환자 집중 현상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성호 대표는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와중에 지역인재를 40% 이상 의무 선발하는 제도를 유지하는 게 적정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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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