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에 놀란 국민의힘 “이재명 언급 안 하고 ‘방탄’ 현수막 내린다”
국민의힘이 '정쟁'을 대폭 덜어내고 그 자리를 '민생'으로 채운다는 쇄신 작업을 본격화했다. 19일 김기현 대표는 19일 전국에 설치돼 있던 '정쟁성' 문구의 정당 현수막 철거를 지시했으며, 정쟁을 야기하는 당내 태스크포스(TF)도 대거 폐지하기로 했다. 당장 김 대표의 메시지나 당 차원의 논평에서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언급이 대거 줄어들 방침이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전면적인 당 쇄신 요구와 "국민은 늘 옳다"는 윤석열 대통령 주문에 따른 행보로 풀이된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전국의 정쟁형 현수막을 이 시간부로 철거하기로 결정했다"며 "예산‧민생‧정책‧경청 등을 주요 개념으로 한 현수막 지침이 내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 국민의힘은 최고위 직후 국회 정문 앞에 내걸린 '대법원장 부결 이재명 방탄의 마지막 퍼즐' 현수막부터 뗐다. 그 대신 '국민의 뜻대로 민생 속으로'라고 적힌 현수막을 새로 내걸었다.
국민의힘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실 배경도 '겸허한 마음으로 국민의 뜻대로' 문구로 교체하며 '민심'을 한껏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아가 국민의힘은 확인되지 않은 의혹에 대한 것이거나 과도한 정쟁을 야기할 우려가 있는 당내 태스크포스(TF)도 통폐합하거나 대폭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지난 3월 김기현 지도부 체제가 출범한 후 국민의힘은 야당과의 갈등 상황마다 각종 TF를 우후죽순으로 만들어왔다. 그렇게 하나둘 만들어진 TF가 현재 당과 정책위원회 산하에 16개가량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남국 코인 게이트 진상조사단' '대선 공작 게이트 진상조사단' '포털 TF' '가짜뉴스·괴담 방지 특별위원회' 등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TF들은 그동안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소모적인 정쟁만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다만 박 수석대변인은 "전혀 말이 안 되는 (야당의) 이야기에 가만히 있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민들께 불편하지 않은 선에서 당 입장은 늘 전달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의동 정책위의장 역시 "역할과 수명이 다한 TF들을 정리해서 정책적 역량에 집중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기현 대표 등 지도부의 회의 발언 및 당 차원의 논평에서도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등 저격 메시지가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당분간 민심이 돌아올 때까지 '이재명 이야기'는 김 대표 입에서 거의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정쟁보다 정책 위주의 메시지를 내는 데 지도부가 주력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실제 김 대표는 지난 11일 보궐선거 패배 이후 열린 세 차례의 최고위 모두발언과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민주당', '이재명'을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전날 최고위에서도 "당과 대통령실, 정부가 경제 현안 민생 과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더욱 진지하게 경청하고 민심과 괴리되지 않도록 당이 민심 전달의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가운데 기나긴 단식과 회복으로 자리를 비웠던 이재명 대표가 오는 23일 당무 복귀를 예고했다. 돌아오는 이 대표 앞엔 여전히 검찰의 '쪼개기 기소'와 '잦은 재판 출석' 등 사법리스크가 놓여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은 당분간 이에 대해 일일이 직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진행되는 재판 과정과 그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한편 국민의힘 최고위는 전날 신임 전략기획부총장에 수도권 초선인 배준영 의원을 선임했다. 비교색 계파색이 옅은 것으로 알려진 배 의원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인천 13개 지역구 중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소속으로 유일하게 당선됐다. 국민의힘은 다음 주 당 혁신위원회 출범을 위해 이번 주말까지 혁신위원장 인선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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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