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체포동의 가결했더니 정청래가 대표役…답 없는 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책임론을 놓고 최고위원회·의원총회를 열어 공방을 벌인 끝에, 박광온 원내대표가 표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로 했다. 격분한 이 대표 지지층을 달래고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내놓은 방안이지만, 오히려 새로운 당내 분란의 소지가 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청래 최고위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

민주당은 21일 밤 권칠승 수석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최고위원회 입장'에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에 대해 참담함과 책임을 통감하며 국민과 당원들께 사과드린다"며 "차기 원내대표는 빠른 시일에 당헌당규에 따라 선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최고위원회와 의원총회, 중앙위원 규탄대회에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부당한 정치탄압으로 규정했기에 오늘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한 본회의 가결 투표는 용납할 수 없는 명백한 해당(害黨)행위"라고 규정했다.

민주당 의원총회 결과를 브리핑한 이소영 원내대변인도 박 원내대표 사의 표명 소식을 전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당 지도부가 소속 의원들에게 부결투표를 요청·설득한 바 있으나 표결 결과가 지도부의 요청과 다른 방향으로 나왔기 때문에, 그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을 지고 박 원내대표는 사의를 표명했고 이 시간부로 원내지도부는 총사퇴한다"고 밝혔다.

친명계에서는 앞서부터 부결을 당론으로 정했어야 한다며 의원총회에서 당론 결정을 하지 않은 것을 놓고 박 원내대표 책임론을 제기해 왔다. 박 원내대표는 체포동의안 가결을 막기 위해 이 대표 측과 비명계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조정식 사무총장과 정무직 당직자들도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다만 권 수석대변인은 이와 관련 "사의(수리)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정상적으로 근무하라"는 이재명 대표의 지시가 있었다고 전했다.

최고위원들은 사퇴하지 않고 자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표 부재시에는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을 맡고, 대표와 원내대표가 둘 다 없을 때는 최고위원 중 다득표자 순으로 직무를 대행한다. 현재 민주당 선출직 최고위원 중 선임자는 강성 친명 성향인 정청래 최고위원이다. 이에 따라 당장 다음날인 22일 오전 열리는 최고위원회 회의는 정 최고위원이 주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자신이 임명한 조 사무총장 등 정무직 당직자들에게는 '일단 정상 근무하라'는 지시를 직접 했고, 친명계가 다수인 최고위원들도 자리를 계속 지키는데 반해 비명계인 박 원내대표만 물러나는 상황, 더구나 강경파인 정 최고위원이 당 대표 대행을 맡게 된 상황은 당내 분란의 새로운 불씨가 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더해 본회의 가결투표를 "해당행위"로 못박은 것도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둔 상황에서 비명계 의원들의 불안감을 자극하는 요소다. 어차피 본회의 체포동의안 표결은 무기명 비밀투표여서 누가 가·부를 찍었는지 확인할 수도 없지만 이른바 '살생부' 등으로 해당행위자로 몰릴 경우 공천·경선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정치권에서는 체포동의안 가결표, 이른바 '반란표'의 주된 배경으로 이 대표 '사법 리스크'에 대한 피로감과 이로 인한 총선 전망의 불안함, 특히 이 대표의 전날 SNS를 통한 부결 투표 요청의 역효과가 지목되고 있었다. 즉 이 대표와 친명계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인데 엉뚱하게 비명계인 박 원내대표가 책임을 떠안게 된 셈이다.

이는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영장실질심사 때까지 당분간 상황을 지켜볼 것으로 예상됐던 비명계 의원들로 하여금 적극 목소리를 내게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단식 중 병원으로 이송되고 그 2시간 후에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면서 당내 동정 여론이 올라오던 시점에 그 흐름을 바꾼 것이 이 대표의 '부결 요청' SNS 메시지였던 것처럼,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침묵·관망세인 비명계를 자극할 계기가 박 원내대표 사퇴 결정 및 '해당행위' 규정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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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