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멈춰선 진짜 이유…"민영화 꼼수" vs "아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의 파업이 나흘째로 접어들면서 시민 불편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실질적인 파업의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코레일 노조 측은 표면적으로 수서행 KTX 운행, 차량 정비 민영화 중단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에서는 민영화를 검토한 적이 없다며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시민의 불편을 볼모로 노조가 민영화 프레임을 내세우는 그 이면에는 유지보수 분리와 관련한 헤게모니 싸움이 일어나고 있어서다.
“협상 대상 아냐” 파업 명분 없다
17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출근대상자 2만7305명 중 8058명이 파업을 참가해 파업참가율이 29.5%에 달했다. 파업영향으로 일부 열차는 감축 운행돼 평시대비 80.1% 운행되고 있다. 노조는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시 2차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라 갈등이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만 코레일 경영진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들고 나왔기 때문에 사실상 ‘정치파업’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코레일 관계자는 “현재 노조가 주장하고 있는 요구는 정부 정책 사항이기 때문에 코레일 경영진과는 협상할 수 있는 대상 자체가 아니다”라며 “임금이나 4조 2교대 근무체계 개편, 이 두개 정도가 코레일 경영진이 이야기 할 수 있는 부분이고 민영화, 수서행 KTX, 고속철도 통합 등 세가지는 정부 정책사항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지난 15일 민영화 저지가 아닌 수서행 KTX 도입이 파업의 목적이라고 강조하며 시민 불편 해소라는 구호를 들고 나섰다.
다만 오히려 파업으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으로 KTX의 수서행 여부는 시민들이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내 고속철도는 코레일의 KTX와 2013년 설립된 공공기관 수서고속철도(SR)가 운영하는 SRT로 나뉘는 데 경부선 종착지로 KTX는 서울역, SRT는 수서역이다. 국토부가 지난 1일부터 SRT 수서~부산 노선을 11.2% 감축하고 남는 열차를 신설된 경전·전라·동해선에 투입, SRT 부산 노선의 예매 대란 등 혼란이 생기자 국토교통부는 SR, 부산시와 협의해 전보다 SRT 부산 지역 예매 할당을 늘리고 서울~부산 KTX를 하루 왕복 3회 증편하기로 했다. 철도 공공성을 위해 코레일-SR 통합을 주장하던 철도노조는 증편된 경부선 KTX의 종착지를 서울역이 아닌 수서역으로 바꾸는 수서행 KTX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수서행 KTX는 동일 서비스에 대해 서로 다른 요금을 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선로 사용료 문제도 있다. ”라며 “KTX와 SRT 예매 앱이 서로 다른데 이용자 입장에서 혼란스럽고 차량 상호간 인터페이스 문제도 있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안전성 검토가 이뤄져야 가능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진짜 이유는 유지보수 이관, 조직 규모 축소
앞서 각종 열차사고가 이어지면서 국토부는 국가사무인 유지보수·관제를 코레일이 계속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검토해왔다. 철도시설 유지보수 기능을 코레일에서 떼어내 조직 규모를 축소해 조금 더 안전한 체계를 만들겠다는 게 정부의 의도였다. 운영자가 다각화된 현 상황에서, 유지보수·관제권을 회수해 공공에 두는 것이 철도시설의 안전성과 공정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올 초 ‘철도안전체계 심층진단 및 개선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하고 철도 서비스 향상과 안전 제고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왔다.
용역 보고서에는 코레일의 철도시설 유지보수 등 업무를 분리하는 방안을 구체화한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철도산업발전기본법 개정안’에는 철도시설 유지보수 위탁을 코레일로 한정하도록 하는 규정이 삭제되는 등 관련법안도 발의돼 있다.
철도노조는 이 같은 유지보수 업무 이관이 철도 민영화를 위한 사전작업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유지보수 이관은 국가의 안전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사안으로 민영화 논의는 별개의 영역이다. 현재 코레일 직원 3만명 중 유지보수 인력은 7000명가량으로 유지보수 업무가 분리되면 이들은 소속을 옮기게 되는데 그만큼 노조원이 다른 노조로 이탈하게 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정부에서는 유지보수 시행업무를 이관하는 것은 업무 효율화 및 역할 명확화를 위한 국토부 내의 업무조정사항으로 안전관리 책임 강화를 위한 업무조정을 민영화로 보는 것은 억측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철도민영화는 검토한 바 없고 오히려 과거 SR 지분을 국가가 출자하면서 오히려 공기업 공공성을 강화했다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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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