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각 질서' 빛난 20만 교사집회..."또 보자" 경찰이 인사 건넸다

“자체적으로 질서를 유지하고, 칼같이 자리를 지키고. 집회 내용과는 별개로 정말 이런 집회만 다니고 싶네요.”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 현장을 지킨 한 경찰관의 말이다. 이날 교사들은 국회 정문에서 여의도공원 방향으로 난 8개 차로를 가득 채웠지만 준법 집회가 이뤄지며 불법 행위로 입건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의 모습. 집회에 참여한 교사들이 정확한 집회 구역을 지키고 있다.

당초 이날 집회는 스스로 생을 마감한 서울 서이초 교사의 49재를 이틀 앞두고 열린다는 점에서 경비 당국의 긴장을 불렀다. 집회 운영진에 따르면 전국에서 버스 600대 이상을 대절해 집회 참여 인원을 실어 날랐고, 집회 시작 전 이미 신고한 12개 집회 구역이 가득 찼다. 주최 측에 따르면 20만 명 이상(경찰 추산 10만 명)의 인원이 운집했다.


공중에서 내려다본 교사들의 집회 행렬은 질서 정연하게 줄을 맞춰선 모습이 마치 바둑판을 연상시켰다. 현장을 지켜본 한 경찰관도 "줄을 지나치게 잘 서서 우리끼리도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또다른 경찰은 "날이 더워서 질서 안 지켰으면 서로 힘들뻔 했다"며 "질서 잘 지켜주시고, 정해진 시간만 집회를 진행해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집회 현장을 지키는 경찰과 집회에 참여한 교사들이 서로 감사 인사를 나누며, 위로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집회 질서유지 업무를 맡은 한 교사는 "현장을 통제하는 경찰관들과 통제 내용을 곧바로 공유했고, 행사가 제시간에 끝날 수 있도록 행사 시간 전부터 준비했다"며 "경찰관들과 함께 모두가 문제없는 집회를 만드는 데 마음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집회 후에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경찰과 교사 간의 서로 "수고했다", "감사했다"는 대화가 이어졌다.

이날 집회는 스스로 세상을 등진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의 49재를 이틀 앞두고 열렸다. 그동안 7주째 토요일마다 열린 교사들의 자발적 집회 중 가장 큰 규모로, 국회 정문에서 여의도공원 방향으로 난 8개 차로를 꽉 메웠다. 교사들의 집회 행렬은 공원 주변 도로는 물론 국회에서 1㎞ 떨어진 5호선 지하철역 여의도역까지 이어졌다.

집회 사회자는 "무더운 올여름 매주 빠지지 않고 5천 명이 20만 명이 될 때까지 교사 생존권을 이야기했음에도 또다시 2명의 동료를 잃었다"며 침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최근 경기 고양과 전북 군산에서 초등학교 교사가 잇따라 목숨을 끊은 사건을 언급한 것이다.

그는 "교사의 죽음을 개인의 문제로 축소하는 건 7주 전과 다름이 없다"며 "서이초 사건이 알려진 지 40여 일인데 관리자와 교육부·교육청, 국회는 도대체 어디서 뭐 하고 있느냐"고 비판했다. 서이초 교사의 전 동료라고 밝힌 한 교사도 "7주째 모여 철저한 진상규명과 공교육 정상화를 외치고 있지만 법 개정에 진정이 없는 현실에 화가 나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이날 아동복지법 개정과 학생·학부모·교육당국 책무성 강화, 분리 학생의 교육권 보장, 통일된 민원 처리 시스템 개설, 교육 관련 법안·정책 추진 과정 교사 참여 의무화 등 8가지 내용을 담은 정책요구안을 발표했다. 교사들은 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하고 대규모 추모집회를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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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