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끈한 한덕수, "도쿄전력의 입이냐"는 野 위성곤에 "예의 없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정부 대응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 한덕수 국무총리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위 의원은 "정부가 도쿄전력의 입 노릇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한 총리는 "예의가 없다"고 맞받아쳤다.

위 의원은 이날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바나나에는 삼중수소가 없다"며 "정부는 바나나에도 삼중수소가 있는 것처럼 유튜브와 문서로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다"고 문제 삼았다. 위 의원은 "지금 우리 정부는 도쿄전력의 입이 돼버렸다"고 따졌다.


위 의원이 지적한 것은 정부가 배포한 '후쿠시마 오염수 10가지 괴담' 중 일부다. 정부는 방류된 오염수가 방사성 물질 범벅이라는 일각의 주장을 '괴담'이라고 일축했다. 정부는 "일본은 오염수를 정화하고 남은 삼중수소는 기준치보다 낮출 계획이다. 이 양은 커피, 바나나보다 훨씬 적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근거로 삼은 수치는 오염수 삼중수소량이 1500 베크렐(Bq), 커피는 4900Bq, 바나나는 6000Bq다. 환경부가 정한 '먹는물관리법 시행규칙' 중 염지하수 음용기준은 삼중수소가 리터당 6Bq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지하수에 적용하는 기준이지만 먹을 수 있는 물에 대한 기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커피 등은 사실상 먹어서는 안되는 수준이다. 정부는 커피와 바나나에 포함된 칼륨40(K-40)의 양과 선량을 삼중수소로 치환해 나온 수치를 커피와 바나나에 포함된 삼중수소인 것처럼 홍보한 것이다. 위 의원이 '정부가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총리는 발끈했다. 그는 위 의원에게 "어떻게 정부가 이야기하는 것을 도쿄전력의 입이라고 하느냐. 도대체 어떻게 정부가 국민을 위해 (오염수 관련 데이터를) 이야기하는데 도쿄전력이 되느냐"며 "예의가 없는 거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 의원은 다시 "결국은 도쿄전력이 하는 이야기를 정부가 (따라서)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자 "(오염수 관련 데이터는) 도쿄전력이 발표하는 것을 IAEA(국제원자력기구)가 받아서 점검하고 우리도 점검하는 데이터다. 시간이 가면 점검을 통해 IAEA나 대한민국이 (데이터 신뢰도 여부를) 제대로 판단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 총리는 이어 "(일본 측이) 거짓말을 했으면 거짓말이라는 게 당연히 나올 것이고, 국제사회에서 일본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라며 "도쿄전력의 말을 따라가는 것은 하나도 없다. 과학적 방법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했다.

한 총리는 또 '오염수'라는 용어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이 이날 정책질의에서 "수협은 (오염수가 아닌) 처리수라고 부르겠다고 공식 발표했다"면서 "정부가 용어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요구하자, 한 총리는 "오염수가 방류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기준에 의해서 처리된 그 오염수가 방류되는 것"이라면서 "IAEA가 이야기하는 ALPS(다핵종제거설비)를 거쳐서 처리된 오염수, 저는 이것이 과학적으로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총리는 "지금은 (용어사용이) 혼재돼있는 것 같다며 "분명한 것은 (처리가 안된) 오염수를 방류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했다. 한 총리는 IMF(국제통화기금) 사태에 빚대 용어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한 총리는 "1997년 외환위기로 IMF의 지원을 받았는데 그 후로 수십년 간 우리가 'IMF사태'라고 부르고 있다. (외환위기는) IMF와 아무 상관없고, 오히려 IMF의 지원을 받아 외환위기를 해결한 것"이라며 "지금도 IMF 사태라고 부르는 것은 (오염수 용어 사용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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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