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4일 쉴게요. 선생님 집회 가세요” vs “강요 분위기는 불편”
경기 성남시에 거주하는 초등학생 학부모 최모(36)씨는 9월 4일 체험학습을 신청하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기로 했다. 이날 초등 교사들이 교권 회복을 위한 ‘공교육 멈춤의 날’ 집회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를 지지하기 위함이다. 최씨는 ”아이 담임선생님이 그날 집회에 참여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교사들을 지지하는 마음으로 체험학습을 신청하기로 했다”면서 “지역 맘카페에도 비슷한 생각을 가진 학부모들이 많더라”고 말했다.
최씨처럼 9월 4일 아이들 체험학습을 신청하려는 움직임이 온라인 교육 관련 커뮤니티와 맘카페에서 일고 있다. 많은 학부모들이 교사들의 단체행동을 지지하는 가운데, 우회파업과 이를 지지하는 분위기가 불편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29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이초 교사 사망 후 매주 토요일 대규모 도심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교사들은 49재일인 9월 4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서이초와 국회 앞에서 추모 집회를 열고 교권 보호 법안 통과를 촉구할 계획이다.
이날 오후 3시 현재 ‘공교육 멈춤의 날’ 온라인 동참 서명에는 전국 1만822개교 8만2891명이 참여했다. 다만 동참하더라도 이날 집회에는 참석하지 않을 수 있다.
현행법상 공무원인 교사는 단체행동권이 없어 파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집회에 참석하려면 연차를 써야한다. 교육부는 9월 4일 교사들의 연차 사용을 통한 우회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엄정대응 하겠다”고 경고한 상황이다.
이날 집회 참석 여부를 두고는 교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단체행동을 통해 확실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과 ‘그래도 아이들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된다’는 의견이다.
학부모들은 최근 드러나고 있는 교권 침해 사례에 함께 분노하며 교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에 대체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더 나아가 ‘공교육 멈춤의 날’ 교사들이 마음 편히 집회에 나갈 수 있도록 보호자동행체험학습을 신청해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겠다는 학부모도 늘고 있다. 체험학습은 교외체험학습, 가족여행, 가정학습 등 사유로 등교하지 않을 때 최소 사흘 전 미리 ‘신청서’를 내고 학교장의 승인을 받으면 출석으로 인정되는 제도다.
한 초등학교 6학년 학부모는 교육정보커뮤니티에 “체험학습 신청 후 당일 아이와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계획을 세우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미 체험학습을 신청했다는 또 다른 학부모는 “아이와 함께 여의도 집회 현장에 가보려고 한다”고 글을 올렸다.
‘공교육 멈춤의 날 지지 행동 요령’을 담은 글도 캡처되어 공유되고 있다. △자녀의 알림장에 포스트잇으로 교사에 대한 응원과 지지, 감사의 뜻을 담은 자필 메모를 전달해 달라 △자녀가 다니는 기관 교무실에 전화해 응원의 말을 전해달라 △9월 4일 보호자동행체험학습 신청서를 내고 사유를 ‘공교육정상화를 위한 공교육 멈춤의 날 참가하기’ 등으로 표기해 자발적 연대 행동임을 밝혀달라 등 내용으로 두 아이의 엄마이자 13년차 초등교사가 올린 글이라고 알려져 있다.
많은 학부모들이 댓글을 통해 ‘지지한다’고 밝힌 가운데 이런 움직임에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공교육 정상화 지지 여부와 별개로 교사들의 단체행동과 일부 학부모의 체험학습 신청 운동이 불편감을 준다는 것이다.
경기 지역의 한 맘카페에는 “워킹맘들에게 휴가를 강요하는 것 같다” “집회는 수업 끝난 뒤 오후에 해도 된다”는 반대 글이 올라왔다. “교사들이 휴가를 쓰면 다른 비정규직 교사가 그 자리를 메워야 하는데 그것이 또다른 갑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일부 학교는 교장 재량으로 9월 4일 휴교를 결정했다. 서울 강북, 경기 하남, 경기 용인 등 전국에서 재량 휴교를 공지한 학교가 나왔다. 일부 학교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휴교 찬반 투표를 진행 중이며, 휴교는 하지 않고 당일 예정된 행사를 취소한 학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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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