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물’ 겨냥 김은경의 불출마 권고에…이상민부터 박지원·천정배까지 ‘발끈’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 그리고 당과 오랜 연결고리를 둔 채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 출마를 염두에 둔 인사들을 향했던 혁신위원회의 최근 ‘불출마’ 권고에 당사자로 여겨지는 이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새로운 물결’을 언급한 당부를 두고 “저도 5선이어서 자유롭지 않다”면서도 “김은경 교수가 그런 이야기할 입장은 못 된다”고 반응했다.
이 의원은 “본인이나 잘 챙기고”라며 “선출직은 임기가 정해져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임기가 지나면 다시 유권자들에게 심판을 받는다”며 “신임을 받든지 아니면 퇴출되든지 그렇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오로지 의원직은 국민이라는 유권자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지 당사자에게 직접 출마 여부 등을 결정할 ‘의무’가 없다는 취지의 반박으로 해석된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10일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당내 중진과 민주당과 오랜 연결고리를 두고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소위 ‘고인물’을 겨냥한 듯한 불출마 촉구성 메시지를 내 주목됐다.
지난해 박지현 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주장했던 ‘586(5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용퇴론’을 떠올리게 한 안건을 혁신위가 공개석상에 들고나온 것이어서 실질적인 분위기가 조성될지도 관심사였는데, 당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당 조직 혁신 방안’ 등을 언급하고 중진 의원 등을 향한 당부를 덧붙였다.
우선 김 위원장은 “수차례 의원직을 역임하고 의회직과 당직을 두루 맡으면서 정치 발전에 헌신하신 분들 중, 이제는 후진을 위해 용퇴를 결단하실 분들은 당의 미래를 위해 과감히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특히 “현역 의원은 아니지만 여러 차례 의원을 역임하신 분들 중, 후진을 위해 길을 열어주실 만한 분들인데도 다시 출마를 준비하는 분들도 계신 것으로 안다”며 “이분들 역시 당의 미래를 위해 불출마 결단을 내려주시고 당을 위해 헌신해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국민들은 정치의 새물결을 원하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이 미래 대응 능력을 갖추고 후배 세대들이 정치의 새물결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희생과 양보의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는 말과 함께 “여러분들이 뿌린 씨앗이 후일 큰 열매가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이 같은 내용의 혁신안 발표와 함께 자리에서 사퇴 의사도 밝혔다.
서복경 혁신위원은 기자회견에서 ‘용퇴’ 관련 대목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나 천정배 전 의원 등을 향한 것인가라는 기자들 질문에 “사견으로 저는 이분들이 용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사실상 직접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박 전 원장은 같은 날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당 원로들을 겨냥한 불출마 촉구성 메시지에 “나만큼 투쟁하고 나만큼 헌신한 사람이 있으면 나와 보라고 그러라”면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투로 밝혔다. 내년 총선에서 전남 해남·완도·진도 출마 의사를 밝혀둔 박 전 원장은 혁신위의 이러한 발표가 분란만 일으킨 꼴이라며 이처럼 강하게 비판했다.
천 전 의원은 1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민주당 혁신위원의 용퇴 발언 논란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한 분의 사견에 대해서는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중진 중에 능력 있고 깨끗한 정치인을 재발굴해 진정한 정치 복원을 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천 전 의원은 1996년 제15대 총선에서 당선된 후 경기 안산에서 내리 4선을 했다. 2015년 4·29 광주 서구을 보궐선거에서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고, 20대 총선에서는 국민의당 후보로 나서 6선까지 했다. 내년 총선에서는 민주당을 탈당한 양향자 무소속 의원 지역구인 광주 서구을에서 7선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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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