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아파트로 번진 '무량판' 논란…공포의 전염
한국주택토지공사(LH) 발주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에서 '무량판' 구조의 아파트 문제가 된 가운데 일부 민간 아파트에는 지하 주차장뿐 아니라 주거동에 무량판 구조를 채택한 곳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준공된 전국 민간 아파트 중 무량판 구조를 도입한 단지는 293개다. 이 중 105개 단지는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며 188개 단지는 이미 입주를 마쳤다. 전수조사 대상인 민간 아파트는 지하 주차장은 물론 주거동에도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곳이 섞여 있다. 무량판 구조는 수평 기둥인 보 없이 기둥이 직접 슬래브(콘크리트 천장)를 지탱하는 설계다.
앞서 문제가 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아파트의 경우 지하 주차장에만 무량판 구조를 사용해 주거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은 아니지만, 일부 민간 아파트에선 주거동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입주민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LH 발주 아파트보다 민간 아파트의 철근 누락 문제가 더 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최 교수는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LH 같은 경우에는 시공사나 감리단이 있게 되고 LH 직원들로 구성된 사업단이 구성된다"며 "사업단에서 감리나 시공사를 관리·감독하는 이런 역할이 있기 때문에 나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은 (주거동과 지하 주차장) 작업자는 똑같고 관리 자체도 똑같다"며 "지하 주차장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고 주거동도 아마 조사를 해보면 이런 문제가 충분히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량판 구조는 공사비 절감, 높은 공간 활용 등 장점으로 꼽힌다. 공법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하중을 견디는 보가 없어 충격에 취약한 만큼 정밀한 설계·시공·감리가 필요하다.
무량판 구조는 이 공법으로 지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 국내에서는 잘 쓰이지 않았다. 최근에 와서 다시 활용되기 시작했지만 시공 경험이 적은 데다 현장 감리업체의 전문성이 부족해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건호 호서대 건축토목공학부 교수는 지난 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우리나라에서 법상으로 설계 및 감리는 건축사분들이 하도록 돼 있다"며 "이분들이 전체적인 디자인이라든지 이런 것들은 잘 이해하시는데 구조에 대한 이해도는 조금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접합부에서 철근이 어떻게 배근돼야 한다는 상태는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상적으로 돌아가는 것들은 알 텐데 특수한 공법들에 대해서는 아마 전문적인 지식이 아무래도 조금 부족하다 보니 그런 문제들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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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